오토바이에서 내려야 화장을 한다.

오토바이에서 내려야 화장을 한다.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호찌민 시민들 / by donchili on flickr

베트남에서 일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여직원들이 화장을 안 하고 민낯으로 출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사무실에는 타 부서까지 합하면 여직원이 약 30명 정도 있었는데요. 많은 직원이 민낯으로 출근했었습니다. 궁금했었지만 왜 화장을 왜 안 하고 다니니? 물어보지 못했죠. 시간이 지나 퇴사를 하고 사석에서 친했던 직원들끼리 다시 모였습니다. 밥을 먹다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베트남 여자들이 화장을 잘 안 하고 다니더라. 특히 회사에서 안 하고 출근해서 놀랐어." 

"오토바이 타서 그래." 

베트남 동료는 간단하게 대답했었습니다. 오토바이 때문이라고.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 by Nam-ho Park on flickr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천국입니다.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인 하노이와 호찌민에 오신다면 빽빽이 차 있는 오토바이 행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어마어마한 교통정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수단이자 교통수단입니다. 

그런데 이 오토바이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여성에게 말이죠. 

저는 그랩 오토바이를 자주 이용합니다. 가격이 싸고, 차보다 더 손쉽게 매칭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렇다 보니 오토바이를 매일 타고 다니며 왜 베트남 사람들이 화장하기 힘든지 이해하려 노력해보았습니다. 

 

온 몸을 가리고 오토바이를 타는 베트남 여성 / by Roderick Divilbiss on wikimedia

 

1.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긴 옷을 입는다.

베트남의 햇볕은 유독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1년 내내 30도 이상의 기온을 자랑하며 뜨거운 햇빛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위협입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온몸을 칭칭 감싸고 있는 것을 모자라 히잡을 두르고 있는 듯하게 온몸을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심합니다. 남자들은 그냥 얼굴 태우면서 반소매로 다니는 분들 많아요. 하지만 여성들은 피부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온몸을 긴 옷이나 담요,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총동원하여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습니다. 온몸, 온 얼굴을 감싸고 있다 보니 화장을 했을 때 매우 불편하죠.

 

2. 더운 나라에서 메이크업은 땀과의 전쟁 

메이크업을 실컷 했는데 눈물을 펑펑 쏟으면 어떻게 될까요? 화장 번져서 메이크업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만큼 메이크업 한 얼굴에 다른 이물질이나 물이 들어오면 메이크업을 망칠 수 있습니다. 특히 땀이면 더더욱 문제죠.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온몸을 칭칭 감고 있으니 더더욱 더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토바이 타면서 땀범벅이 되는데 메이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같은 이유로 선크림 역시 그다지 많이 환영받지 못합니다. 

 

헬멧을 쓰는 여성들 / by Person-with-No Name on flickr

 

3. 헬멧을 써야 한다.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헤어 스타일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헬멧의 의무 착용 때문이죠. 오토바이를 타면서 헬멧을 꼭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헬멧을 쓰고 난 이후에도 헤어 스타일에 지장이 없는 머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4. 화려한 옷을 입기 어렵다. 

베트남에서 결혼식이나 특별한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한껏 뽐내는 멋진 드레스들을 입고 오더군요. 그러면 오토바이를 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쁜 드레스 입고 탔다간 내리고 나면 다 더러워져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날에는 그랩이나 차를 타고 오거나, 도착해서 갈아입기도 하더군요.

 

5. 미백에 대한 강렬한 욕망 

베트남에서는(저도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서양에서 온 미의 개념과 한류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미백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10~30대 여성분들이 그러한 선호가 뚜렷하죠. 미백과 관련된 제품들은 매우 관심이 높은 곳입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긴 옷을 입고 얼굴을 스카프로 감싸는 것은 피부가 하얘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여성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화장과 미백 제품의 사용일 것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출근중인 호찌민 여성 시민 / by Tri Nguyen on flickr

 

작년 하노이와 호찌민시에서 중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바로 2030년까지 오토바이를 중심지역에 제한하겠다는 발표였습니다(지금은 강한 반발로 살짝 한 발 정도 물러선 상태입니다.). 특히 중요 관광지는 이미 제한적으로 오토바이 제한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지하철 개통을 바로 앞두고 있고(2020년 예정), 버스도 더욱 확충한다고 하면서 베트남 정부가 오토바이에서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으로 생활 패턴을 바꾸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생활 패턴과 인프라가 오토바이에 맞추어져 있는 만큼 당장은 매우 힘들겠지만, 점진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여성들은 화장을 시작할 것이고, 헤어 스타일을 더 다양하게 꾸밀 것이고, 의류 시장 역시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저는 베트남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물론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그런데 베트남 정부가 한다면 또 어떻게 될지...). 하지만 여성들이 오토바이에서 내려야 비로소 여성과 관련된 산업들이 크게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 유영준 / [email protected]

2016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에 처음 왔습니다. 호찌민의 한국 회사에서 일을 했고 현재 호찌민에서 베트남의 산업과 트렌드 및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0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