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알몸으로 있다고 공연음란죄로 처벌?

집에서 알몸으로 있다고 공연음란죄로 처벌?

호텔 발코니 이미지 / 사진 = Dimitris Vetsikas, Pixabay

 

공권력이 강력하고 법 집행이 철저한 나라로 싱가포르가 유명합니다. 싱가포르 법 중에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생소한 것 중 하나가 집안에서 상의를 벗고 돌아다니다가 자칫하면 형사처벌 될 수도 있는 규정입니다. 싱가포르는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집주인이 상의를 벗은 채 활동하고 있다면, 커튼이 젖혀진 창문이나 대문을 통해 외부인이 이를 보고 외설로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신의 아파트에서 알몸으로 있다가 체포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성이 대낮에 호텔 발코니에서 나체로 서 있었고 이를 목격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여 위 남성이 공연음란죄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한편, 우리나라 형법 제245조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공연음란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1심에서는 목격자가 위 남성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음란행위를 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음란행위에 대해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 의도를 표출해야 할 필요는 없고, 위 남성이 호텔 발코니에 나체로 서 있던 행위 자체가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1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남성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상고기각 됨으로써 원심이 확정되었습니다.

과거 대법원 판례를 보면, 도시 중심가에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여학생이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경우에는 음란행위가 인정되었으나, 주차문제로 말다툼을 하면서 상대방이 “술을 먹었으면 입으로 먹었지 똥구멍으로 먹었냐”고 말한 것에 격분하여 팬티를 내린 다음 엉덩이를 들이밀며 “똥구멍으로 어떻게 술을 먹느냐”고 말한 사례에서는 음란행위를 부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남성이 외부에서 발코니가 보이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중요 부위를 가리려고 노력하지 않은 점은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자신의 집이나 숙소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의 남성이 호텔 발코니에서 알몸으로 자위행위와 같은 음란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밖에서 안이 보이는 발코니에 알몸으로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연음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이번 판결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찬희 변호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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