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01월 21일

몸싸움·눈치싸움… 이곳은 생생한 삶의 현장

몸싸움·눈치싸움… 이곳은 생생한 삶의 현장

완연한 봄이다. 활기찬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바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시장이다. 가락시장은 일평균 거래물량이 8200여t, 거래금액 150여억원으로 국내 최대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의 유통과 경매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매일 13만여명의 사람과 6만3000여대의 차량이 출입한다. 이 중에서 농협가락공판장 청과물 경매현장을 찾아가 봤다.

청과물 경매는 보통 해가 지고 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지에서 출하하여 가락시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은 오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품종의 청과물도 경매 순서가 있다.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엽채류부터 과채류, 과일 순으로 이어진다. 한산하던 경매장이 어느덧 규격화한 박스에 담긴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가득 쌓였다. 경매 시간이 다가오자 경매사들과 중도매인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중도매인들이 지역에서 올라온 청과물의 신선도나 품질을 눈으로 확인했다. 경매사들도 경매할 품종의 등급이나 수량을 꼼꼼히 체크했다. 적절한 가격책정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제철을 맞은 냉이, 달래 등 엽채류의 경매가 치열할 것이라고 경매사는 예상했다. 경매사가 경매대에 올라서며 경매를 개시했다. 중도매인들도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좋은 물건을 건지기 위해 가득 쌓인 봄나물들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며 손에 쥐고 있는 응찰기에 입찰가를 재빨리 눌렀다. 경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경매방식이 수지경매에서 전자경매로 바뀌었다. 쉽고 간편할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경매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경매대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됐다.

경매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경매사가 쉴 새 없이 무언가 읊어댔다. 현란한 랩을 하는 듯한 ‘호가’는 경매사 개인이 창작한 운율이나 리듬을 통해서 상품의 정보나 가격을 제시한다. 때에 따라 리듬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하기도 한다. 경매 한 건이 초 단위로 빨리 이뤄지다 보니 경매사의 순간적인 판단이 낙찰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생산자나 중도매인 모두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사고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매를 통해 낙찰된 청과물을 운반차로 실어 날랐다. 배달에 나선 운반차들이 뒤엉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경매장 곳곳에는 몸을 녹여 줄 난로가 열기를 뿜고, 커피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손수레 커피 매장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자정 무렵 문을 여는 포장마차에는 고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따뜻한 어묵과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산지유통인, 하역작업을 맡은 인부들, 경매사, 중도매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청과물 경매장은 원기가 넘치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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