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11월 24일
화요일, 11월 24일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법안의 위헌성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법안의 위헌성

사진=pixabay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 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위헌성 여부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일선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범행 사실 및 경위 등이 가장 많이 저장되어 있는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수월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개인 휴대전화에는 범죄사실 뿐만 아니라 범죄와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도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제3자가 이를 열람하게 되면 사생활 비밀의 자유가 극히 심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실무상에서 법원도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압수 수색 영장 청구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하게 요건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을 허용하더라도 수사기관이 범죄사실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압수수색을 허용토록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위 추 장관의 지시가 위헌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13일 “추 장관의 위법한 감찰 지시와 인권 침해적인 법률 제정 검토 지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추 장관은 지시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추 장관의 지시는 명백히 자기부죄거부권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자기부죄거부 란,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권리를 의미하고, 이는 17세기 말 영국의 사법절차에 기원을 두고 미국 헌법상 보장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2항에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함으로써 위 자기부죄거부권을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추 장관의 지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13일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방식을 검토하는 방안,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며 "향후 각계의 의견 수렴과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등 해외 입법례 연구를 통해 인권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재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법률을 지시한 연유에 대한 이유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거부 시 형사처벌이 아닌 이행강제금이나 과태료 등의 제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은 어쨌든 강제하는 방식만 다를 뿐 피의자에게 본인의 범죄를 실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위헌요소가 완벽히 해소된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결국, 추 장관의 위 지시는 과거에 인권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행태를 반성하고, 향후 발전적인 수사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기에 철회되어야 할 것입니다.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0 Comments

Add Comment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강제수사에 있어서 영장의 중요성

강제수사에 있어서 영장의 중요성

지난해 경찰이 부산의 한 키스방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한 뒤, 업주를  재판에 넘겼는데 형사 재판결과가 무죄로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명백한 불법을 저...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법안의 위헌성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법안의 위헌성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 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위...

부산지하상가 폭행사건에서의 법적 쟁점

부산지하상가 폭행사건에서의 법적 쟁점

최근 한 SNS에서 게재된 영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영상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서로 다투다가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심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져 있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

형사처벌 받는 악플은 따로 있다.

형사처벌 받는 악플은 따로 있다.

대학 내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가 악플에 시달린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하여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였습니다. 이는 사망한 대학생 A씨의 유족이 A를 비방하...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최근 장례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장을 통한 장례절차를 진행한 반면 요즘은 화장을 하여 유골을 공원에 모시거나 수목 및 화초 등에 묻는 등의 자연장의 장례절차를 따르는 것...

성년후견심판제도 안내

성년후견심판제도 안내

현대카드 부회장의 여동생이 그의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을 신청하였습니다. 성년후견이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이고, 이 ...

운전자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민식이법’ 미적용

운전자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민식이법’ 미적용

차량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는 사고를 낸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민식이 법이 적용되어 엄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식이법’이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

주꾸미를 낙지로 속여 판 업체의 처벌은?

주꾸미를 낙지로 속여 판 업체의 처벌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이 밖에서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배달음식이 잘못 오거나 무개념인 업체 사장 및 블랙컨슈머들와 관련된 이슈가 ...

여행자 약 70%, 향후 6개월 내 국제 항공여행 계획

여행자 약 70%, 향후 6개월 내 국제 항공여행 계획

[뉴스포픽=문현기 기자] 여행 데이터 분석 기업 OAG가 여행자 신뢰에 대한 최신 보고서 ‘코로나19 복구: 승객 탑승 재개(The COVID-19 Recovery: Getting Passengers Back on Board)’를 6일 발표했다.이 보고서는...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와 취소판결의 효력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와 취소판결의 효력

지난 해 7월 정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가수 유승준의 비자발급 신청이 또다시 거부당하였습니다. 정부는 유승준의 입국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