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 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위헌성 여부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일선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범행 사실 및 경위 등이 가장 많이 저장되어 있는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수월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개인 휴대전화에는 범죄사실 뿐만 아니라 범죄와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도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제3자가 이를 열람하게 되면 사생활 비밀의 자유가 극히 심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실무상에서 법원도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압수 수색 영장 청구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하게 요건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을 허용하더라도 수사기관이 범죄사실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압수수색을 허용토록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위 추 장관의 지시가 위헌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13일 “추 장관의 위법한 감찰 지시와 인권 침해적인 법률 제정 검토 지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추 장관은 지시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추 장관의 지시는 명백히 자기부죄거부권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자기부죄거부 란,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권리를 의미하고, 이는 17세기 말 영국의 사법절차에 기원을 두고 미국 헌법상 보장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2항에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함으로써 위 자기부죄거부권을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추 장관의 지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13일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방식을 검토하는 방안,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며 "향후 각계의 의견 수렴과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등 해외 입법례 연구를 통해 인권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재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법률을 지시한 연유에 대한 이유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거부 시 형사처벌이 아닌 이행강제금이나 과태료 등의 제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은 어쨌든 강제하는 방식만 다를 뿐 피의자에게 본인의 범죄를 실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위헌요소가 완벽히 해소된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결국, 추 장관의 위 지시는 과거에 인권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행태를 반성하고, 향후 발전적인 수사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기에 철회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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