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10월 26일
월요일, 10월 26일

강제추행죄의 성립과 신체부위

강제추행죄의 성립과 신체부위

Photo by Christina on Unsplash

최근 대법원이 회사상사가 부하직원의 손목을 잡아 끌면서 “모텔로 가자”라고 한 형사사건에서 “강제추행이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결은 대체로 신체부위 별로 강제추행 인정을 달리 보아 왔었는데 위 판결에서는 특정 신체 부위만으로 성적 수치심 여부를 구별하여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가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이 지니는 의미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사안에서 1심은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2심은 신체접촉이 손목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부위로 보기 어려운 점, 손목을 잡아끈 행동 이외에 다른 행동을 시도하지 않은 점 및 피해자가 피고인을 설득하여 택시를 태워 보낸 점은 반항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 점을 들어 무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아닌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자가 입사한 지 3개월 된 신입사원이고 피고인이 같은 부서 상사인 점을 고려할 때, 회식 자리에서 둘 만이 남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택시에 태워 보낸 점은 강제추행죄 성립여부와 관련이 없다고 하면서 유죄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기습 강제 추행을 인정하는 기존 판례의 태도를 비추어 볼 때 위 재판부가 피해자가 피고인을 택시 태워 보낸 것, 즉 항거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 점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추행’을 인정함에 있어서 해당 신체부위가 어디인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추행’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참조).

즉, 가해자의 행위가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켜야 추행이 인정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강제추행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 접촉 신체부위는 어느 정도 중요하게 고려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가령,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성적 신체부위라고 생각되어 지지 않는 타인의 손목, 발목, 팔꿈치. 코 및 손바닥 등을 만진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사안과 같은 경우를 성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기존 형법 강제추행죄가 아닌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적용하는 것이 형법의 명확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찬희 변호사 / [email protected]


[이 게시물은 관리자 님에 의해 2020-09-07 16:44:42 칼럼 에서 이동됨]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0 Comments

Add Comment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운전자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민식이법’ 미적용

운전자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민식이법’ 미적용

차량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는 사고를 낸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민식이 법이 적용되어 엄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식이법’이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

주꾸미를 낙지로 속여 판 업체의 처벌은?

주꾸미를 낙지로 속여 판 업체의 처벌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이 밖에서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배달음식이 잘못 오거나 무개념인 업체 사장 및 블랙컨슈머들와 관련된 이슈가 ...

여행자 약 70%, 향후 6개월 내 국제 항공여행 계획

여행자 약 70%, 향후 6개월 내 국제 항공여행 계획

[뉴스포픽=문현기 기자] 여행 데이터 분석 기업 OAG가 여행자 신뢰에 대한 최신 보고서 ‘코로나19 복구: 승객 탑승 재개(The COVID-19 Recovery: Getting Passengers Back on Board)’를 6일 발표했다.이 보고서는...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와 취소판결의 효력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와 취소판결의 효력

지난 해 7월 정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가수 유승준의 비자발급 신청이 또다시 거부당하였습니다. 정부는 유승준의 입국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임차인의 계약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없어도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해 5월 동일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나 이번에는 임차...

개인회생과 파산

개인회생과 파산

요즘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꽁꽁 얼어 붙은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파업을 하지 않은 사업자들도 겨우 채무를 내가며 근근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지만, 최근에...

사기 피해액에 따른 처벌 정도

사기 피해액에 따른 처벌 정도

코로나 핑계로 폐업을 하는 방법으로 신혼여행 상품의 대가로 받은 금전을 돌려주지 않는 여행업체가 속출하다는 기사가 최근에 게재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로 인해 일반적인 형태의 결혼 형식...

증언거부권 행사

증언거부권 행사

지난 21일 검찰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지속적으로 피고인 신문을 거부하는 정교수 측 입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증...

신발 정액 테러범 처벌

신발 정액 테러범 처벌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여학생 신발에 정액을 넣은 사건에 대해 재물손괴죄 혐의만 인정되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생인 A는 수업을 마치고 신발장에 넣어둔 신발을 꺼내...

출퇴근 재해와 산업재해인정

출퇴근 재해와 산업재해인정

최근 심장질환이 있는 간호조무사가 출근길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계단으로 뛰다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것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와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행정8부는 숨진 간호조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