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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0월 27일

총선 연기한 홍콩,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되나?

총선 연기한 홍콩,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되나?

지난해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포픽=윤홍기 기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9월로 예정되어 있던 홍콩 입법회 선거를 1년 미루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과도 입법회' 구성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 속에 홍콩에 대한 중앙정부 직할 체제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콩의 민주 진영은 성명발표를 통해 최대 14일만 연기할 수 있는 홍콩 조례에 의거해 1년 연기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야권의 정치적 활동 공간을 극도로 제한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이어 친중파 세력이 향후 1년간 입법권까지 장악한 채 그간 야권의 저지로 통과시키지 못한 각종 법률을 무더기로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일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이 9월 6일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홍콩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또한 홍콩에서는 연기됨에 따라 입법회 의원들의 임기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놓고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 건강 위함이라는 캐리 람 장관

홍콩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추이 / 그래프=뉴스포픽 윤홍기 기자

지난 31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선거를 1년 미루기로 했다”며 “올해 들어 7개월간 내린 결정 중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중앙정부가 이 결정을 지지한다”며 “선거는 내년 9월 5일 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입법회 선거는 오는 9월 6일 열릴 예정이었다.

홍콩 법에 따르면 태풍이나 폭동 등 시민들의 안전이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의회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 또한 비상 상황에선 행정장관이 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다. 람 장관은 이 ‘비상대권’을 발동해 선거를 연기했다. 이는 최근 홍콩의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일일 확진자 수 10명대를 유지하던 홍콩은 지난 4월 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 이후 감염자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22일부터 열흘 연속 100명대를 기록했다. 2일 11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홍콩은 총 확진자 3,512명 사망자 34명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홍콩 국민

캐리 람 장관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선거를 1년이나 늦춘 것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결정일 뿐이란 비판이 거세다. 선거법에 따라 투표를 14일 연기한 뒤 방역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친중파의 입법회 다수파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제69조는 입법위원의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 입법위원의 임기는 오는 9월 30일 끝난다. 당장 10월1일부터 홍콩 정국이 입법부 공백이란 위헌적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람 장관은 선거 연기 발표 뒤 중국 중앙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이 문제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기본법 제158조가 “이 법에 대한 해석의 권한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속한다”고 규정한 데 따른 조처다. 오는 8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소집될 예정인 13기 전인대 21차 상무위원회에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책 내놓지만, 비판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홍콩

캐리 람 홍콩 장관 (左), 시진핑 중국 주석 (右) / 사진=위키피디아

캐리 람 장관이 선거 연기를 발표한 이후 홍콩 정치권에서는 현 입법위원 임기를 연장하는 방식과 전인대 상무위가 직접 ‘과도 입법위원’ 전원을 임명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현 입법위원 임기를 연장하더라도,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출마 자격을 박탈한 앨빈 영 공민당 주석 등 야당 현역 의원 4명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 야당 소속 홍콩 입법위원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기본법 22조가 규정한 “중앙 인민정부의 소속 부서, 각 성, 자치구, 직할시는 모두 홍콩 정부의 자치적 관리 사무를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석권’ 규정을 앞세워 전인대 상무위가 직접 ‘과도 입법위원’을 선택다면, 홍콩 입법회를 우회한 홍콩 보안법 제정에 이어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직할 통치’가 전면화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서 홍콩 범민주파 의원 22명은 1일 공동 성명을 내어 “람 장관의 선거 연기 결정으로 헌법적 위기 상황이 조성됐고, 홍콩의 자율성이 더욱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친중파 진영이 향후 1년간 ‘과도 입법회’를 통해 그간 야권의 반발로 통과시키지 못한 각종 법률을 일방적으로 관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판 공세 멈추지 않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左), 폼페이오 장관 (右) / 사진=위키피디아

한편 1일(현지 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홍콩 정부의 입법회 선거 1년 연기 결정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오래 연기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며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이 유감스러운 조치는 중국 정부가 중·영 공동선언과 유엔 등록 조약,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 국민과 영국에 한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 시켜 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수십 년 동안 홍콩 국민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려는 열망과 능력을 지속해서 보여 왔다"라며 "우리는 홍콩 정부에 그들의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는 예정일이었던 9월6일에 가깝게, 그리고 홍콩 국민의 의지와 열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져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유감스럽게도 홍콩은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또 다른 도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언론 브리핑에서 "홍콩의 번영을 뒷받침해 온 민주주의 절차와 자유를 훼손한다"며 홍콩 국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치권 약속 파기의 또 다른 사례라고 규탄했다.

홍콩은 지난해 6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으로 촉발된 민주화 반정부 시위, 지난달 1일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중국 본토 및 친 중국 홍콩 당국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선 범민주 진영이 60%가 넘는 지지를 받아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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