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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0월 25일

반 인권적인 '납치 결혼' 풍습, 체질 개선 나선 인도네시아 정부

반 인권적인 '납치 결혼' 풍습, 체질 개선 나선 인도네시아 정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포픽=윤홍기 기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숨바섬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납치 결혼' 풍습을 끝내겠다고 엄포했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남성이 납치로 봐도 무방한 '납치 결혼'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세계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말 대낮에 벌어진 반 인권적인 결혼 풍습에 대해 "정보화 시대와는 맞지 않는 구시대적 문화라고 결론 지었고 용인할 수 없는 일' 이라며 사과했다. 

17일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동(東)누사텡가라주(州) 주 정부와 숨바섬 지방정부는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카윈 탕캅(kawin tangkapㆍ납치 결혼)'을 폐지하는 협약에 최근 서명했다. 동영상을 보고 격노한 이 구스티 아유 빈탕 다르마와티 여성 아동 보호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풍습 폐지를 주도했다. 

변질된 풍습, '죽을 것만 같았다'는 피해 여성들 

빨간점이 숨바섬의 위치다 / 사진=뉴스포픽 윤홍기 기자

카윈 탕캅, 이른바 납치 결혼 풍습은 동누사텡가라주 숨바섬(인구 약 76만 명)의 오랜 결혼 문화다. 원래는 남성이 '납치'될 여성 가족에게 보석과 옷, 소 등 결혼 지참금을 내야 한다. 이어 여성은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납치되길 기다린다. 남성은 여성을 납치한 후 여성의 가족에게 결혼 소식을 알린다. 그러나 최근엔 합의 절차는 모두 생략된 채 납치 관행만 남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여성들이 언제 납치될지 몰라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카윈 탕캅의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 명의 공무원이 지역 구호단체에서 일하던 저를 찾아와 제가 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예산을 좀 확인하고 싶다며 저를 불렀습니다. 저는 당시에 홀로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약간 겁이 났지만,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애써 불안감을 감추고 그들을 만나러 갔습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카윈 탕캅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회의가 시작되고 한 시간여 후 남성들은 다른 장소에서 회의를 이어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자신들의 차로 이동하자고 했어요. 그러나 전 제가 타고 간 오토바이로 이동하겠다고 한 후 시동을 거는 순간 그들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발로도 차보고 소리도 질렀지만, 차 안으로 저를 밀어 넣었어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안에 있던 두 사람이 저를 잡아 눌렀어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전 알 수 있었죠."라고 여성은 증언했다. 이 여성은 신부가 되기 위해 납치되는 중이었다. 사전에 아무런 합의도 없이 진행된 변질되어 버린 카윈 탕캅의 대표적인 일례다. 

SNS가 이뤄낸 정의, 맘 바꾼 중앙정부 

지역 여성단체는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최소 7건의 카윈 탕캅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일부 여성은 탈출에 성공했으나 3명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전통이란 미명 아래 벌어지는 최근 카윈 탕캅 관행은 여성의 존엄과 품위를 짓밟는 만행이자 육체적, 성적, 심리적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구스티 아유 빈탕 다르마와티 여성아동보호부 장관은 SNS에 퍼진 동영상에 대해 "납치 결혼 관행은 여성폭력이자 아동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의 고향인 발리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었으나 현재 규범과 맞지 않아 사라졌다"라면서 "전통문화라는 탈을 쓰고 여성과 어린이를 괴롭히는 악습은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지역 국회의원도 "납치 결혼은 직접 피해 대상인 어린 소녀와 여성들뿐 아니라 결혼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쳐 다음 세대까지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악습은 숨바문화의 일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윈 탕캅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이처럼 지금껏 수많은 여성 인권 단체들이 인도네시아 발리섬 동쪽에 위치한 숨바섬에서 벌어지는 신부 납치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하지만 SNS 상에 퍼진 2건의 '신부 납치'가 담긴 영상이 마침내 중앙 정부를 움직였다. 

중앙정부가 움직이자 관련 부처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경창 또한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적어도 4곳에서 16~26세의 피해자들이 더 있다고 보고 있으며 납치 결혼은 납치 및 강제 감금에 관한 형법에 따라 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300여 민족이 6,000여 개 섬에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결혼 풍습도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예컨대 술라웨시섬에선 남성이 여성에게 지참금을 내야 하지만 수마트라섬 서부수마트라주 파당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거액의 지참금을 줘야 결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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