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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0월 25일

'구두 벗을 권리를 달라', 일본판 미투 운동 '쿠투 Ku Too'

'구두 벗을 권리를 달라', 일본판 미투 운동 '쿠투 Ku Too'

일본판 '미투'운동인 '쿠투'운동 /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포픽=윤홍기 기자] 직장 내에서 하이힐이나 펌프스 등 불편한 구두를 벗을 권리를 위한 운동인 이른바 ‘쿠투’(#KuToo, 일본어로 구두를 뜻하는 쿠츠(靴, kutsu)와 미투(MeToo)의 합성어)운동이 일본에서 한창이다. 지난 4월부터 일본항공(JAL)이 여성 승무원의 하이힐 의무 착용 규정을 폐지한 사례 등 일본 산업 시장 각지에서 쿠투운동으로 인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항공이 당초 3~4㎝로 정해져 있던 여성 직원의 신발 규정을 사실상 없앴다고 밝혔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승무원과 지상 직원 모두 신발 굽 0㎝부터 허용되며 유니폼도 바지 스타일이 도입되는 등 다양해진다. 

이는 2019년 6월 일본 후생노동성에 여성의 하이힐 의무 착용 폐지를 청원했던 배우 겸 프리랜서 작가 이시카와 유미가 ‘쿠투’ 운동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다. 그는 일본항공의 변화에 ”지금까지 당연한 매너였던 것을 가장 빨리 바꿨다는 게 무섭다는 걸 잘 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본항공은 바뀌었다.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그간 일본 항공사 여성 직원의 구두 착용은 직원들을 고통스럽게 해왔다. 현업 종사자들은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구까지 온종일 뛰어다니는 데 불편한 신발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발 모양 변형이 오거나 무지외반증 등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 항공업계에서는 "임신한 동료도 힐을 신고 있어 무서웠다 "만약 기내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을 돕는 과정에서 힐은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미투'에 잔잔했던 일본, '쿠투'에 반응 

한 일본 여성이 트위터에 '#Ku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사진 / 사진=트위터 캡처

사실 일본 사회에서는 '미투(#MeToo)'의 바람이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일터에서 하이힐을 신지 않을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쿠투'운동은 배우 이시카와 유미가 작년 1월 트위터에 쓴 글로 시작됐다. 

그녀가 트위터에 "남자들은 납작한 신발을 신는데 왜 우리는 고통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쓴 글이 계기가 됐다. 그녀는 과거 호텔 아르바이트 당시 하이힐 착용을 강요받은 경험을 서술하며 "언젠가 여성이 일하며 하이힐이나 펌프스를 신어야 하는 관습을 없애고 싶다."라고 적었다. 

이후 그녀의 트윗은 3만 차례 이상 공유되며 화제가 됐고, 이후 여성들이 '쿠투'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들의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운동으로 확산됐다. 일부 여성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하이힐을 신다 까지거나 피가 나는 발꿈치 사진을 함께 찍어 올리며 운동에 참여했다. 

트윗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에 기업이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약 3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운동은 격화됐다. 그녀는 청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에서 “하이힐은 무지외반증을 일으키고, 발에서는 피가 나며, 허리에 부담이 가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그럼에도 여자들은 그게 매너라며 하이힐 착용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시카와 유미는 이어 여성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문화의 문제점으로 △직장이 같고 직무 내용이 같음에도 성별에 따라 허용되는 복장이 다른 점 △효율이 나쁜 데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매너를 우선하는 점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쿠투'운동 시작에 이어 이사카와 유미는 지난 12월 후생노동성에 안경 착용 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청원을 냈다. 이 청원에는 3만1000명 이상이 동참했다. 그녀는 ”문제의 근본에는 기업들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이 있다”며 ”이 관행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롤링 공격받은 이사카와 유미, '상관없다' 

'쿠투' 운동을 처음 시작한 배우 이시카와 유미 / 사진=이사카와 유미 트위터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당연한 주장에도 불구 일본 사회 내에선 반대하며 공격적인 댓글을 다는 행위, 이른바 트롤링 공격과 일부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발언 또한 이어졌다. 작년 6월 중의원 후생 노동위원회에 참석한 네모토 다쿠미 후생 노동상은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기업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회 통념에 비춰봤을 때 업무상 필요하거나, 이에 상당하는 범위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또한 ‘쿠투’ 운동을 대상으로 한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도 SNS상에서 이어졌다. ‘쿠투’ 운동 전면에 나선 배우이자 작가 이시카와 유미의 과거 경력을 걸고넘어지는 트롤링(공격적인 댓글을 다는 행위)이 주를 이룬다. 그라비아 모델로 활동하며 누드사진을 찍은 이시카와 유미가 ‘쿠투’를 앞세워 이름을 알려 득을 보려 한다는 따위의 루머 등을 퍼뜨리는 것이다. 

이시카와 유미는 연이은 백래시에도 꺾이기는커녕 위트있게 받아치며 ‘쿠투’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시카와 유미는 지난 13일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솔직히 나의 에로사진을 공격해준 덕분에 누드 관련 일을 하기가 더 쉬워졌다”며 “‘나는 누드 사진을 찍는 게 좋다’는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고 태그도 만들어주니 좋다. 이제 거리낌 없이 벗으려 한다”고 글을 남겼다. #フェミニストが脱いじゃだめですか(#페미니스트는 벗으면 안됩니까)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일본 밖에서도 불던 '쿠투' 바람 

이전에도 해외에서 '쿠투'와 비슷한 맥락의 운동도 일어났었다. 대표적인 예로 여성들의 직장 내 하이힐 강요 금지 청원은 2015년 영국에서 일어났다. 당시 직장에서 하이힐을 신으라는 요구에 불복해 해고당한 한 여성은 의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영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 밖에도 2016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는 줄리아 로버츠 등 배우들이 여성의 하이힐 착용을 요구하는 드레스코드에 항의하기 위해 맨발로 입장하며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고, 2018년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당국과 필리핀 노동 고용부는 여성 직원에게 하이힐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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