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左), 아베 총리 (右) /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포픽=윤홍기 기자]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최근 센카쿠 열도 인근에 해경국 선박을 수시로 보내는 데 항의하고 있으며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강경 대응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중국의 도발
지난 4일 일본 언론은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2척은 지난 2일 일본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오키나와현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에 진입, 해당 해역에서 조업하는 일본 어선을 쫓았다고 전했다. 이후 일본 해상보안본부 11관구는 순시선을 배치해 중국 해경선에 여러 차례 퇴거 경고를 했지만, 중국 측은 3일 오후 10시 30분에서야 일본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 밖으로 이탈했다.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 해군기지 조감도 / 사진=위키피디아
11관구는 중국 해경선이 30시간 이상 영해를 침범했다면서 이는 지난 2012년 9월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한 이후 역대 최장 시간이라고도 했다. 과거 최장 시간은 2013년 8월 28시간 15분이다. 또한 이날 일본 언론은 역대 최장 시간 기록에 이어 80일간 중국 측이 센카쿠열도에 연속 진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18일 일본 언론은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이날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수역의 바깥쪽인 이른바 '접속 수역'에서 중국 해경국 선박 4척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센카쿠 열도 주변에 중국 당국 선박은 96일 연속 접근했으며 이는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후 최장기 연속 접근이다.
17일 일본 자민당 방의원연맹 회의에서는 센카쿠 열도에서 해양·환경조사를 하거나 자위대 훈련을 하는 식으로 일본의 실효 지배를 강화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사토 마사히사 전 외무부 대신은 센카쿠 열도 내에 미군이 사격·폭격장으로 설정해 놓은 곳을 거론하며 "미국과 자위대가 공동 훈련을 할 수는 없는 것이냐"며 이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와 함께 검토할 뜻을 표명했다.
해상보안청은 이날 자민당 회의에 직원을 보내 중국 해경국의 동향을 설명했다. 센카쿠 인근의 중국 당국 선박 출현은 2012년 40척 수준에서 작년에는 130척 정도로 늘었다. 최근 중국 해경국과 해군이 함께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본 당국은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 중 주소 표기 방식 변경한 日本, "도발"이라는 中國
이 같은 분쟁이 이어지는 와중 일본은 센카쿠 열도의 주소 표기 방식을 변경했다.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시의회는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센카쿠 열도의 주소 표기를 ‘이시가키시 도노시로’에서 ‘이시가키시 도노시로 센카쿠’로 변경하는 의안을 통과(찬성 13명, 반대 8명)시켰다. 새로운 주소 표기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약 410㎞, 중국 대륙 동쪽으로 약 330㎞ 떨어진 동중국해상의 8개 무인도인 센카쿠열도는 행정구역상 ‘이시가키시’로 일본 정부는 분류하고 있다. 나카야마 요시타카 이시가키 시장은 “(주소 표기 변경이)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이시가키지마의 도노시로와 센카쿠 열도의 도노시로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 명확하게 하기 위해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 도서는 중국의 고유 영토”라며 “일본이 이른바 ‘주소 변경’ 안을 통과시킨 것은 중국의 영토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엄중하게 항의했으며, 중국은 한 단계 나아간 대응 조처를 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쟁지역 지도 / 사진=위키피디아
무인도를 노리는 양국, 목적은 결국 자원?
센카쿠열도 혹은 댜오위다오라고 불리는 지역은 다섯 개의 작은 섬과 세 개의 암초로 이뤄진 무인도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거리상으로 보면 일본 오키나와보다 대만에서 더 가까운 섬이다. 이곳 지역은 오키나와에서 450km, 대만과는 170km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령인 댜오위다오는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본은 청일전쟁 이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작은 섬을 놓고 중·일 양국의 대립이 심각한 이유는 이 섬들이 동중국해 항로의 요충지에 위치한 점과 1968년에 진행된 ‘아시아 근해지역 광물자원 공동탐사 조정위원회(CCOP)’의 조사 결과 이곳 지역에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사실 중국과 일본은 자원매장 가능성 발표 이전까지는 이 지역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지도 표기와 지리 교과서 영유권 표기를 실시한 것도 CCOP의 해저자원 탐사결과 발표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이긴 직후인 1895년 무주지 선점 원칙에 따라 자국 영토에 편입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원래 중국령이었던 곳을 불법적으로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실효적 지배 중인 일본 정부의 입장은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독도에 관한 한국의 입장과 똑같다.
섬 내 등대 등의 시설물도 일본에 의해 설치되어 있다. 반면 중국은 1992년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자국 영토로 명문화했다. 중국과 홍콩의 어민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곳에 상륙을 시도하다 일본 순시선에 저지당하는 일 또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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