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 로하니 이란 대통령 /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포픽=윤홍기 기자]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15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을 반환하라고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어 지난 12일 이란 정부가 한국에 묶여 있는 원유 수출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란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란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2일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한국에 있는 이란 정부 소유 원화계좌가 동결된 것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최대한 빨리 계좌 동결을 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헤마티 총재는 당시 인터뷰에서 특정한 은행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은행들이 편의주의적으로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적·일방적 미국 제재에 따라 정치 놀음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 가두는 미국, 제3국 계좌 또한 동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임 이후인 2018년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이른바 '최대 압력(maximum pressure)' 정책을 쓰고 있다. 이란 매체는 이를 두고 최근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미국 흑인 조지 플루이드가 생전에 소리친 “숨 쉴 수 없다”를 언급하며, “이것이 이란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진짜 의도”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전까지 한국과 이란은 한국의 우리·기업은행에 개설된 원화계좌를 통해 교역해왔다. 달러 결제는 미국의 금수 조치로 불가한 상황이였으나, 원화 결제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서 이란의 한국계 원화계좌의 운용 또한 제재 대상에 올라 계좌가 동결됐다.
호세인 탄허이 한·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에 묶인 이란 돈이 65억~90억 달러, 약 7조 8,000억~10조 8,000억 원 수준”이라며 “계좌 잔액 중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약 6조 원은 돌려줘야 하는데 한국의 은행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탄허이 회장은 또 우리은행을 지목하며 “이란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면서, 돈을 돌려주지는 않고 오히려 이란 측에 유지비용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해당 자금에 대해 별도의 유지비용을 요구 하진 않았다”고 맞섰다.
지난달 15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인 무사비 대변인이 "이란과 한국은 정부, 기업 간 관계가 좋았다"며 "그런데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압박에 맹종하면서 우리가 우리의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에 복종하기로 한 나라 한국의 그런 결정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은 이란의 자산을 오랫동안 동결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12일 이란 정부는 성명을 통해 “만일 한국이 계속 이란의 원화 계좌를 동결한다면, 이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명백한 표현”이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의 관계는 물론 자국의 주권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한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상품과 기술로 얻어온 이란의 신뢰를 희생한다면, 이란 시장에서의 이익도 희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중앙은행은 유럽에서 은행을 상대로 묶인 돈을 돌려달라며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 정부는 미국의 강화된 제재로 이란 경제가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마비 상태에 있다며 미국의 제재 완화 또한 요구하고 있다.
제재로 돈줄 마른 이란, 코로나19까지 겹쳐 사면초가
이란 코로나19 일별 확진자 추세 / 그래프=뉴스포픽 윤홍기 기자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영방송을 통해 올해가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한 해라면서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다. 그는 또 "이라크와 전쟁을 겪은 1980년이 안보적으로 가장 힘든 한 해 였다면 올해는 미국의 불법 제재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당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국가 대책 회의에서 7월 5일부터 21일까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와 실내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쓰도록 하는 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2일 이란 최고 지도자실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마스크를 쓴 모습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일 오전 집무실에서 의회 의장단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2월 19일 이란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이란 정부가 이토록 마스크 착용에 무게를 두는 것은 처음이다. 이라즈 하리르치 이란 보건차관은 "앞으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관공서나 쇼핑몰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마스크를 착용을 강조했다. 이어 "어떤 주에서는 결혼식 한 곳에서 하객 120명이 집단 감염되기도 했다"라며 "SNS를 통해 '#마스크를 쓰겠다'라는 해시태그를 퍼뜨려 달라."라고 당부했다.
13일 기준으로 이란에서는 259,65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6월 4일 3,574명의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한 후 하루 평균 2,5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3,116명으로 전 세계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13,03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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