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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07월 13일

변질된 '펫코노미'...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태

변질된 '펫코노미'...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태

철장속 모견이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포픽=윤홍기 기자] 2020년 6월 기준 대한민국은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다. 그 많은 반려견은 어디서 태어나서 주인의 품으로 가는지 의문이다. 매년 약 15만 마리의 반려견이 입양되지만 동시에 9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한다. 반려견이 생을 다할 때까지 함께하는 반려인들의 비율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1년 동안 매일 200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주인으로부터 버려졌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부터 사설 보호소까지, 더 이상 버려진 유기견을 수용할 자리가 없어 재입양되지 못한 강아지의 거의 절반이 안락사에 처해진다. 

현재 개 번식장(개 농장)과 펫숍은 과거 몇 차례 동물보호단체의 폭로와 언론 보도로 그 실상이 알려지며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경매장의 경우 관련 사업자등록증 등이 있어야만 현장을 출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일반인의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유기견 문제와 동물 학대 문제 등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동물과 관련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반려 산업 구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의 순리에 생명의 태어남을 비유하거나 맡겨선 안되지만 현재 반려견 시장 생태계가 그렇다. 

번식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모견의 실태, 팔리지 못하면 죽음뿐인 경매장의 실태 등 반려견에 귀여움에 가려진 산업 이면의 끔찍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일찍이 어미와 떨어진 생명체들은 '상품성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나뉘어 다른 운명을 맞이한다. 

비셔스 사이클의 시작 '번식장' 

반려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안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펫숍의 유리장 또는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수천, 수만의 하트를 받는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의 사진 이면에는 반려 산업의 기형적인 실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비셔스 사이클, 즉 악순환의 시작은 번식장이다. 번식장은 동물생산업으로 등록이나 허가를 받은 농장을 말한다. 개 농장이라면 식용견 농장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상 식용견 농장과 번식장은 매우 비슷하다. 식용견 농장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지만, 강아지 번식장은 합법화돼있다. 합법과 불법의 차이는 있지만 식용견 농장이나 번식장이나 인간의 이익을 위해 개들이 철창에 갇혀 태어나고 길러진다는 점에서는 같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모견은 반복된 출산으로 생식기 주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생명체로 대하는 것이 아닌 '출산 기계'로 인식되어 재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 번식장의 사장은 그런 모견을 보여주며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자랑스레 소개한다. 이른바 황금알들은 상품성을 더 높이기 위해 먹이를 아주 조금 주고 어미젖도 일찍 뗀다. 작게 만들기 위해서다. 

항상 예쁜 강아지만 낳는 건 아니다. 부정교합이 있거나 눈이 사시거나 털 색깔이 고르지 않은 '상품성 떨어지는 애'들을 보며 번식장의 사장은 한숨을 쉰다. 사룟값도 못 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끝은 같다. 자본주의 시장은 투자금 환수가 불가한 투자처에 투자하지 않는다. 

강아지 공장 내부 / 사진=위키피디아

죽느냐 사느냐, 심판장인 '경매장' 

강아지 경매장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철저한 통제 속에서 운영되며 '경매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곳도 많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생후 45일을 전후로 경매장으로 향한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생후 2개월 미만의 개·고양이를 판매·알선 또는 중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작고 어린 개를 선호하는 국내 구매자들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일찍 경매장으로 내몰린 어린 강아지들은 후에 문제가 된다. 어미에게서 일찍 떨어진 강아지들은 면역력이 약할 뿐 아니라 사회화도 덜 되기 때문이다. 어린 강아지를 귀엽다고 구매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약하거나 성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버리는 원인은 여기서부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강아지 경매장은 모두 18곳이다. 매주 전국에서 출하되는 반려동물의 수는 약 5,000마리에 이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가운데 약 80%가 낙찰을 받아 거래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강아지는 1년에 약 20만 마리가 경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셈이다. 

경매가 이어지는 동안 경매사들은 쉬지 않고 강아지를 치켜들어 가격을 부른다. 컨베이어 벨트에 강아지들이 투명 플라스틱 상자를 타고 순서대로 등장하기도 한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과 다를 게 없다. 낙찰된 강아지는 종이 상자에 담겨 구매자에게 전달된다. 꼭 펫숍으로만 가는 건 아니다. 다른 농장에서 모견으로 사가는 경우도 있다. 그럼 그 어미가 그랬듯 10년 가까이 '출산 기계'로 역할 하다 죽는다. 

강아지 경매 장면 / 사진=위키피디아

주인을 만나도 안심할 수 없다 

이후 강아지들은 펫숍에 진열된다. 펫숍에서는 작고 어린 견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료 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 하지만 반려인을 찾지 못하고 두세 달 사이에 커버린 아이들은 펫숍의 골칫덩이다. 

그런 아이들은 '책임분양'된다. 본래 책임분양은 보호자가 동물을 분양받으면서 '책임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펫숍에서는 분양이 잘 되지 않는 동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면서 분양 뒤 질병이나 폐사가 발생할 시에도 펫숍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계약조건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반려인을 찾은 강아지들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2018년 한해동안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마리이며 그해 전국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개는 9만 마리였다. 한때 유행했던 품종이 몇 년 뒤 유기되는 추세는 확연하다. 2010년 399건에 불과했던 포메라니안 유기견 수는 2018년 2,217건으로 늘어났다. 

세계적인 반려동물 매매 규제 트렌드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은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새로 제정한 '동물헌법'에 따라 반려동물 매매를 완전히 금지했다. 즉 펫숍이 아예 없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유기동물을 입양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부터 비영리 동물구조단체가 구조한 유기동물만 펫숍에서 거래하도록 했다. 

한국의 동물보호단체도 번식장과 펫숍 등을 없애고 개인 간 분양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가받은 브리더와 소비자간 직분양해야 유기동물 문제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충동구매하고 '생각보다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버리는 악순환은 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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