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03월 31일

[TV 속 법률] SBS 드라마 ‘하이에나’를 보고

[TV 속 법률] SBS 드라마 ‘하이에나’를 보고

Photo by Franck V. on Unsplash

저는 평소 드라마를 그리 즐겨 보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직업이 변호사인지라 미국 법률드라마를 그대로 답습한 채 실무와 동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하는 우리나라의 법률드라마는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 더욱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TV 채널을 변경하다가 드라마 상에서 변호사가 클라이언트에게 자문을 해주는 장면이 나와 잠시 주의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 드라마는 SBS에서 반영하는 ‘하이에나’라는 법률 드라마였고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장면은 주인공인 여자 변호사 정금자(김혜수)가 클라이언트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그가 미성년자일 때 매니지먼트 대표인 그의 어머니와 체결한 계약에 관하여 15년인 계약기간, 연애금지, SNS 금지 및 수익률 분배의 불공정성 등을 이유로 민법 제921조에 의해 무효라고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과연 위 계약이 민법 제921조에 해당하는 사안인지와 계약서의 내용이 다른 법률적 쟁점과는 연관이 없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위 계약서의 내용과 관련된 법적 쟁점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친권자의 미성년자 법정대리

민법 

제920조(자의 재산에 관한 친권자의 대리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를 대리한다. 그러나 그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921조(친권자와 그 자간 또는 수인의 자간의 이해상반행위) ①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②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그 친권에 따르는 수인의 자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법원에 그 자 일방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친권자는 미성년자인 자녀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녀를 대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리권이 무제한적으로 인정된다면 미성년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로 제한을 하였습니다. 즉, 친권자의 대리행위가 객관적으로 볼 때 미성년자에게는 경제적인 손실만을 초래하는 반면, 친권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 때에는 대리권 남용의 법리에 따라 그 행위의 효력은 미성년자에게 미치지 않습니다.

‘이해상반행위’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921조의 ‘이해상반행위’란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친권자와 자 사이 또는 친권에 복종하는 수인의 자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친권자의 의도나 그 행위의 결과 실제로 이해의 대립이 생겼는가의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54524 판결 참조).

위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이해상반행위’란 실질적으로 친권자와 미성년자 간의 이해가 상반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외형상으로 보았을 때 친권자와 미성년자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친권자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자식 명의로 된 땅을 담보로 제공 한다거나 부부 중 한사람이 사망하여 자식이 상속인이 되었는데 그 상속분을 친권자가 대리하여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드라마에서 문제되는 계약은 바이올리니스트와 그의 어머니 간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외형상 위 계약으로 인해 미성년자인 자녀는 경제적인 손실만을 입고, 친권자는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기 때문에 ‘이해상반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매니지먼트 계약기간을 15년으로 한 것이나 연애 및 SNS 금지 규정을 계약 내용으로 한 것은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누구와 계약을 체결할 지 및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을 할 지는 계약 당사자들의 자유로서 원칙적으로 이에 대한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계약 자유의 원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에 대해 계약을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이를 무효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규정이 민법 제103조입니다. 특히 연예인들의 전속계약에서 불공정한 계약의 근거로 가장 많이 쓰이는 법률 규정입니다.

동방신기를 기점으로 한창 연예인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에서는 소속 연예인과 전속계약기간을 10년으로 하여 체결하였는데 법원에서는 이를 민법 제103조 위반이며, 불공정계약이라고 하여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그 중 한 재판부는 “전속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10년 이상의 긴 기간동안 피고의 연예활동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나치게 긴 기간동안 원고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구속기간이 길더라도 해지권이 인정돼 계약종료 전이라도 원고가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지나치게 오랜 기간 구속한다는 불공정성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겠지만, 이 계약상 원고는 연예활동을 포기하는 외에는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판시 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0. 3. 17. 선고 2009나38065 판결 참조). 

따라서 위 드라마상에 체결한 매니지먼트의 계약도 만약 전속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15년 계약기간동안 매니지먼트의 요구에 따라 바이올리니스트가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전부 무효라고 생각합니다.

3. 이성교제 금지 약정의 유효성

위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연예계 활동함에 있어서 일정기간 동안 이성교제 금지를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강요당하는 사례가 공공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3대 소속사의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소속 연예인들에게 데뷔 후 3년 동안 연예금지령을 내리고 있는 것은 공개적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이성교제 금지 관련 규정은 대표적으로 광고계약을 체결하면서 연예인이 스캔들이 터졌을 때 광고주에게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과 비슷한 취지에 있는 것입니다. 즉,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연예인의 이성교제 발표는 소속사의 매출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소속사 입장에서는 소속 연예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러한 이성교제 금지 규정을 계약서에 집어넣기를 원할 것입니다.

한편,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인 A가 같은 기획사 연습생과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B 기획사로부터 전속계약해지 통고를 받고, 같은 기획사 동료 연습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이성 교제 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상적이고 일방적인 지휘·감독 규정을 매개로 연예인의 이성 교제를 전적으로 금지하고 피고 회사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연예인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는 것은 자칫 연예인의 인격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B기획사가 “A가 사규에 따라 금지되는 이성 교제를 해 이 사건 전속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계약금과 투자금을 내야한다”며 제기한 반소에 대해 “해당 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4. 17. 선고 2012가합102235 판결 참조).

위 법원의 태도를 비추어 보면 위 드라마 상에서는 계약기간인 15년 동안 소속 바이올리니스트는 이성 교제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이는 지극히 사적인 생활 영역에까지 기획사가 연예인의 생활을 간섭하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및 행복추구권과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즉 계약기간을 15년으로 하고 이의가 없을 때 자동 연장된다고 규정한 것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생각됩니다.

4. SNS 사용 금지 

위 드라마와 같이 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에게 SNS 사용을 금지시키는 거의 없고, 최근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SNS사용을 금지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들의 SNS활동 자체만을 문제삼아 회사가 그 근로자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지 문제가 됩니다. 

한편, 최근 수습인 근로자에 대한 정직원 채용 거부의 사유로써 근무시간에 스마트폰을 수시로 사용한 것이 인정된 판례가 있습니다. 즉, 근로자의 SNS활동 정도가 근로계약상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에 인정될 만한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근로자가 개인 SNS에 어떠한 게시물을 올리는 지에 대해서 회사가 하나하나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근로자의 SNS 활동이 업무상 지득한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것에 해당하거나 회사 또는 동료 직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여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이유로 회사는 근로자의 SNS 행위를 이유로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근로자가 본업에 있어서 지장을 주거나 기업 비밀 누설 및 회사 명예 훼손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회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SNS 행위를 금지시킬 수 없으므로, 위 드라마에서 바이올리니스트와 매니지먼트가 체결한 SNS 금지 조항은 불공정한 계약으로 무효에 해당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는 계약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계약 내용 자유의 원칙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내용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 상대방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거나, 본인의 어쩔 수 없는 상황 하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이를 주장하여 계약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천찬희 변호사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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