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03월 31일

가짜뉴스 심의와 사전검열

가짜뉴스 심의와 사전검열

Photo by Sam McGhee on Unsplash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을 비롯한 의원 10인이 ‘혐오’와 ‘추측 과장’ 논란 보도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는 법적 근거를 담은 방송법 제33조 규정을 개정하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습니다. 위 개정안은 기존에 규정되어 있는 차별기준인 ‘인종, 민족, 지역, 종교’에서 ‘혐오’를 추가하였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 및 과장된 보도에 대한 사항도 심의 규정에 추가하여 가짜뉴스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방송법 심의 규정은 각 언론사들이 방송을 하거나 활동함에 있어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특정 언론사가 심의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이에 따른 제재 조치를 할 수 있고, 그 언론사가 취재하고 보도한 내용을 정정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심의규정은 언론사가 활동함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므로, 방송심의위원회가 언론사를 통제하고,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 조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위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우리 사회 및 언론사에 대해 향후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방송법 일부개정안

제33조(심의규정) ①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審議規程"이라 한다)을 제정ㆍ공표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심의규정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8. 인종, 민족, 지역, 종교, 혐오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에 관한 사항

17.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 및 과장된 보도에 관한 사항

③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ㆍ전광판방송사업자 및 외주제작사는 심의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제100조(제재조치등) ①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ㆍ전광판방송사업자 또는 외주제작사가 제33조의 심의규정 및 제74조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위반의 사유, 정도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35조에 따른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ㆍ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2. 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정정ㆍ수정 또는 중지

3. 방송편성책임자ㆍ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4. 주의 또는 경고

1. 방송법 일부개정안의 목적

위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인 이원욱 의원은 위 개정안 발의에 대해 “방송이 앞장서 과장 및 추측보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자율적으로 보도준칙을 엄격히 만들 수 있도록 법을 발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위 개정안의 제안이유로는 “최근 차별과 혐의의 정서가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음. 여기에 더해 방송에서는 가짜뉴스와 혐오발언 등으로 연령, 성별, 지역 등 여러 계층에서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어 방송으로서의 중립성 및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 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음.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에 대한 시정을 요청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임. 또한, 확인되지 않는 추측 및 과장된 보도들은 최근의 사태를 겪으며 나라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등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 이에 방송법 심의규정에 인종, 민족, 지역, 종교와 마찬가지로 혐오를 차별 금지 사항을 포함해 방송의 공정성과 사회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것임”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위 개정안은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연인 언론매체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를 쏟아내고 있고, 이런 가운데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과장된 내용을 보도하는 다수의 언론사들이 있어,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시키고 있기에 이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으로 나온 것입니다.

물론, 방송에서의 특정 종교 및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은 자제되어야 하고, 언론사들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보도를 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그러나 ‘혐오’와 ‘추측 과장 보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이와 같은 심의규정이 언론사 뿐만 아니라 국민의 언론에 대한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팩트체크’의 문제점

먼저, 가짜뉴스라는 것은 ‘팩트체크’라는 최근 언론 트렌드에 따라 나온 것입니다. 언론사는 당연히 사실을 기초해서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데, 과거 일부 언론사가 사실을 교묘히 왜곡해 보도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물론, 사실에 기초하지 않거나 일부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언론사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 위한 ‘팩트체크’ 또한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거짓인지 진실인지 여부가 당장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기사가 대부분일 것이고, 당장 명확히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사라면, ‘팩트체크’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팩트체크’를 하는 언론사도 그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신념 또는 기조에 따라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할 뿐인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하나의 특정한 사항에 대해서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단정짓는 언론사는 자신들 만이 진실을 보도한다고 착각하거나 오만에 빠져 무분별하게 기사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3. ‘가짜뉴스’의 판단 주체는 소비자

다음으로, 언론사들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보도에 대한 최종적인 제재는 소비자인 구독자가 하는 것입니다. 언론사가 거짓 뉴스, 가짜 뉴스 만을 제공한다면 그 언론사는 제대로 된 언론사의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언론사는 자본주의 방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입니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양치기 소년이 있고, 그 소년이 A와 B에게 각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거짓말이 드러난 경우 A와 B는 더 이상 그 소년의 말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로 거짓 뉴스만을 제공한다면 더 이상 사람들은 그 언론사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4. ‘가짜뉴스’ 판별주체가 정부인 경우 문제점

한편, 거짓뉴스에 대해 소비자가 아닌 제3자가 판단 주체가 된다면 이는 언론의 사전 검열이 될 수 있습니다. 제3자가 어떠한 사실에 대해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사항에 대해 거짓과 진실을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주체가 정보를 다양하게 가진 정부라도 말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주체도 거짓과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위 개정안은 사회적으로 혼란한 상황인 경우에 정부가 예외적으로 공익을 위해 가짜 뉴스를 제재해야 한다고 하나, 허위 사실에 대한 처벌은 이미 형법과 특별법에 그 처벌에 관한 내용이 모두 규정되어 있기에 굳이 위 개정안을 통해서만이 가짜 뉴스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처벌 및 민사상 손해배상을 감수한 채 가짜뉴스만을 생산하는 언론사는 없을 것이며, 그렇게 할 이유도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방심위를 통해 언론사를 제재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뉴스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소비자가 판단하기 전에 삭제되거나 수정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이 아닌 다른 제3자가 가짜뉴스 판단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가 가짜뉴스인지 아닌 지를 현재 당장 판단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정부만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는 위 개정안에 따라 당장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하여 진실을 보도한 뉴스라고 하더라도 이를 수정케 하거나 삭제케 하여 정부에게 유리한 뉴스만을 보일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입니다.

5. 언론사의 기능

언론사가 취재를 들어갈 때 어느 누구도 사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의혹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거나, 근거가 있다면 충분히 취재를 하고 보도하는 것이 언론사의 참된 역할인 것입니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도 법원은 그 사실을 믿는 것에 근거가 있다면 허위 사실이라고 보지 않기에 그에 따른 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의혹이 있고, 조사를 한 뒤에 낸 기사가 설령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언론사입니다. 위 개정안처럼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추측 및 과장된 보도에 대해 일률적으로 심의를 한다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다루는 기사에 대해서는 모두 심의 수정되거나 삭제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언론사도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할 수 없을 것입니다.

6. 결의

이미 가짜 뉴스를 방지하고 배척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개정안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위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발의 의원들은 가짜뉴스가 그 보도 내용에서 거론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것을 침해하였는지, 그리고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준은 있는 지, 개인에게나 사회에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에도 이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었어야 합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단순히 거짓말을 한다고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말을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 것인지는 듣는 사람의 자유이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말을 들을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됩니다.

천찬희 변호사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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