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요일, 04월 02일

화제의 판결: 주거침입죄 관련

화제의 판결: 주거침입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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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인 A는 관리비를 미납하고 있는 B의 집을 찾아가서 관리비 납부를 독촉하기로 하였습니다. A가 B의 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B의 현관문은 열려져 있었고, A는 B를 불러 관리비 납부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A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B는 관리비를 내지 않겠다면서 거부하였고, 이에 A는 B의 집 현관문 안쪽의 신발 벗는 공간까지 들어갔다가 주거침입죄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위 사안에서 담당재판부는 "A가 현관문 안쪽까지 들어가게 된 것은 B가 근거없이 관리비를 내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대화를 회피하자 이를 지적하기 위함이었다"며 "A는 현관문 안쪽 몇십 cm만 들어갔을 뿐 이를 넘어 거실 안까지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거의 안정을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도 처음부터 A가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고 실랑이 중 감정이 격화되자 A를 밖으로 쫓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A의 행위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서 아파트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 행한 것으로, 단순히 현관문으로 몇 발자국 들어간 것으로 B의 주거의 평온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형사 8단독, 2019고정562 판결 참조).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행위자의 신체의 전부가 범행의 목적인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가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만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보어야 할 것입니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도2561 판결 참조). 그리고 평소 그 건조물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주거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것이라면 주거침입죄는 성립하는 것입니다(대법원 1995. 9. 15. 94도333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만약, 평소 B가 A의 방문을 거부하였거나 관리비 미납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면 이는 A의 방문을 B가 미리 거부한 것으로 인정되기에, A가 B의 동의없이 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B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A가 관리비 문제를 따지기 위해 B의 집에 찾아간 것은 처음인 것으로 보이고, A가 방문하였을 당시 B가 적극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고, 향후 A와 실랑이가 벌어지자 그를 내쫓는 형태로 내보냈기 때문에 B의 주거 평온은 해하여 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한편, B가 A에게 퇴거 요청을 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A가 B의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면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찬희 변호사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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