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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05월 26일

회식 후 귀갓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 인정

회식 후 귀갓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 인정

Photo by 2eeeeee on Pixabay

#사례

A회사에 다니는 B는 출장을 다녀온 후 회사에서 회의를 하고, 회사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1, 2차의 회식이 끝난 뒤, B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에 가던 도중 버스에 치여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중증 뇌 손상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B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B의 사고가 업무상재해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B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해당 재판에서 근로복지공단은 “B가 참석한 회식은 회사가 계획하거나 참석을 강제한 것이 아니기에 사업주가 관리하는 회식이 아니었고, B가 과음해 스스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여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는 “이 사건 저녁 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회사의 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자였고, 1차 저녁 식사도 사업본부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이용해 결제하였으며, B는 애초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회사에 복귀해 일을 계속하려는 생각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저녁 식사와 회사 업무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회식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때도 있고,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회식, 법인카드 등 회사가 비용을 댄 회식, 사업주가 음주를 권유한 회식 등에 대해 ‘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귀갓길’의 경우에는 회사가 제공한 차량을 이용한 게 아니면 원칙적으로 회사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귀갓길에는 회사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 대부분은 회사에서 잡은 회식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회사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뒤, 귀갓길에 사고가 났다면 이는 회사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 재판은 회식에 있어서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넓히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지위인 직원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찬희 변호사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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