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01월 20일

왜 베트남에만 유독 오토바이가 많을까?

왜 베트남에만 유독 오토바이가 많을까?

베트남인들에게 오토바이는 생활 그 자체이다. / ⓒ유영준


베트남에 도착하면(특히, 호찌민과 하노이)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는 도로에 꽉 차는 것도 모자라 인도까지 점령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베트남에는 4,500만 대의 오토바이가 등록되어 있고 하노이에 570만 대, 호찌민에 850만 대가 등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하노이보다 호찌민이 더욱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유독 베트남만 오토바이가 심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태국 방콕이나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도 이 정도로 오토바이가 많지는 않았다. 왜 베트남에만 유독 오토바이가 많은 것일까?


호찌민은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며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지게 되었다. / ⓒ유영준


1. 급격한 도시화 

95년 도이머이 정책으로 개혁개방이 이루어진 이후 베트남은 급격히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대도시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농촌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도시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현재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38%로,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호찌민은 다른 지역에 비해 2~3배 이상 소득이 높아 더욱 심각한 쏠림이 이루어졌다. 현재 거의 1,000만 명 가까이 사는 메가 도시가 되었다. 다만, 호찌민에 온다면 느끼겠지만 생각보다 1,000만 명이 사는 지역치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 넓지는 않다. 


베트남은 이제서야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 ⓒ유영준


2. 대중교통의 부족 

내가 처음 왔던 2016년, 호찌민에서 외국인이 버스를 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정류장에 가도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정류장 찾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버스는 제시간에 오지 않는 데다 시간 맞추기도 어려웠고, 이른 시간에 차가 끊기기도 했다. 타 동남아 국가들의 대도시에 기본적으로 지하철이 있는 것과 다르게 베트남은 이제서야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이마저도 계속 연기가 되어서 언제 개통할지 모른다). 최근 들어서 벤탄 시장 정류장이 대대적으로 바뀌고, 버스 시스템과 버스 차량도 늘리며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에 힘을 쓰고 있지만, 이미 오토바이에 길들어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베스파 같은 비싼 오토바이는 베트남에서 경제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된다. / ⓒ유영준


3. 베트남 소득 수준에 최적화된 선택 

베트남은 18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2,500달러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은 그보다 배 이상 소득 수준이 높긴 하지만, 소득 자체가 차를 구매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차의 수준으로 어느 정도 가계 수준을 가늠하듯이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가격으로 소득을 가늠한다(그래서 비싸지만 이쁜 베스파가 인기가 높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점차 차를 구매하는 층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베트남 사람들에게 제1 옵션은 오토바이이다.


호찌민은 좁은 도로가 많아서 오토바이가 더 편하다. / ⓒ유영준


4. 좁은 도로, 낙후된 인프라 

호찌민에 생활하다 보면, 길이 정말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2군이나 7군 같은 신도시 지역들은 길이 넓다. 하지만 1군이나 4군, 3군 등 오래된 구도심 지역은 심각할 정도로 길이 좁아서 조금만 차나 오토바이가 몰려도 꽉 막혀버린다. 1군에서 출퇴근 시간에 어마어마한 수준의 차량정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혼다는 오토바이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 ⓒ유영준


5. 혼다의 빠르고 철저한 현지화 

혼다는 도이머이 정책으로 해외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가능해진 이후 빠르게 베트남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베트남 기업들이 수입하거나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와 만들어 값싸게 팔고 있었다. 혼다나 야마하 같은 일본 기업들은 처음에는 태국과 일본에서 부품을 조달하였지만 빠르게 국산화로 전환하며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었고, 현재 혼다는 국산화율이 90%가 넘는다.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던 기존 베트남 기업 대신 디자인도 이쁘고 가격도 낮아진 혼다 오토바이가 당연히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혼다는 오토바이의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베트남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혼다와 야마하 둘이 합치면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할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지프니 차량 / ⓒ유영준


6. 베트남에는 지프니가 없다. 

필리핀에는 ‘지프니’라는 독특한 교통수단이 있다. 국가 운영 대중교통이 아닌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교통수단 지프니는 버스같이 노선이 있어서 해당 노선에 맞는 차를 타면 된다. 마닐라에는 지하철이 있지만, 지역 곳곳에 다 다닐 수가 없어 이 지프니가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다 지프니를 타고 이동을 한다. 백화점마다 지프니가 대기하는 장소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공산당 1당 체제인 공산주의이기 때문에 지프니가 운영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몇 없는 인도가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쓰이기도 한다. / ⓒ유영준


7. 오토바이에 맞춘 상업 시설

호찌민에서는 유명 관광지나 중심가를 제외하면 인도를 만나기 어렵다. 그나마 있는 인도도 오토바이 주차지역으로 쓰고 있어 걷기에 매우 불편하다. 그렇다. 모든 시설들이 오토바이에 맞추어져 있다. 노점상이나 상업가게들도 길거리를 주욱 따라 줄지어 있으며 오토바이를 타다가 멈춰서 쇼핑을 즐기기 편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가게를 오픈할 때도 오토바이 고객들의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시설을 만든다. 더욱 오토바이를 탈 수 밖에 없는 구조의 연속이다. 


현재 오토바이로 인해 호찌민과 하노이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너무 많아진 오토바이 때문에 교통정체가 심각하고, 매연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을 기준으로 대도시의 교통혼잡지역에 대해 오토바이 제한을 시행할 방침이지만, 그전에 대체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유영준 / [email protected]

2016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에 처음 왔습니다. 호찌민의 한국 회사에서 일했고 현재 호찌민에서 베트남의 산업과 트렌드 및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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