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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2월 08일

호찌민의 수상버스가 외면받는 이유

호찌민의 수상버스가 외면받는 이유

호찌민의 수상버스 출발지 박당역(Bach Dang Station)에서 보이는 수상버스 / ⓒ유영준

 

베트남 호찌민은 넓은 사이공강이 세로로 크게 관통하고 있다. 작은 줄기들이 호찌민의 구석구석을 가로지르기도 하여 호찌민 어디서나 강을 쉽게 볼 수 있다. 2017년 11월 호찌민에 드디어 수상버스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또 하나의 관광 포인트로 활용될 수 있고, 현지인들의 교통망으로도 기대가 되었다. 첫 서비스 당시 출발점과 도착점을 합하여 총 5개의 역이 운행되기 시작했고 추가로 오픈하여 총 11개의 역을 운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호찌민 수상버스 노선도 / ⓒ유영준

 

1년 반이 지난 지금 수상버스를 타보았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여전히 역은 5곳만 운행하고 있었고 평일 오후임을 고려한다고 해도 나를 포함해 승객이 고작 5명인 것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나의 경험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호찌민의 수상버스 출발지 박당역(Bach Dang Station) 외부 / ⓒ유영준

 

1. 혼자 떨어져 있는 역 

1군 박당역을 시작으로 2군의 빈안(Binh An), 빈탄(Binh Thanh)의 탄다(Thanh Da) 그리고 투득(Thu Duc)의 빈트리우(Binh Trieu) 정거장을 지나 마지막으로 린동(Linh dong)역까지 운행한다. 1군에서 2군을 지나 투득군까지 약 10Km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역이 정말 중요한데, 지도에서 보면 역의 위치가 조금 이상하다. 한적한 곳에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역에서 내려서 바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주변 번화가까지 셔틀버스 혹은 버스를 연결해 운행하기는 하지만, 어디서 내려주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고 시간도 정확하지 않았다. 외국인으로서는 내려서 또 그랩을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오토바이로 주로 이동하는 현지인 역시 오토바이 없이 수상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이 기피 요인이 되었다. 

 

박당역 수상버스 매표소 / ⓒ유영준

 

2. 에어컨 고장 

수상버스 내부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내부가 상당히 더워서 에어컨을 요청했는데 고장이 났다고 켤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뒤쪽 야외 좌석에 앉았는데 넓은 내부를 놔두고 다른 현지인들도 밖으로 나와 있었다. 다른 수상버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용자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덥고 편의시설이 없는 수상버스 내부 / ⓒ유영준

 

3. 편의시설 전무 

수상버스 뒤쪽에 작게 카페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음료나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곳으로 만들었던 것 같던데, 현재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버려져 있었다. 내부는 수상버스가 호찌민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도 운행하고 있다는 광고만 주야장천 틀고 있었을 뿐 어떠한 편의시설도 제공되고 있지 않았다. 

 

수상버스 밖의 풍경 / ⓒ유영준

 

4. 관광지를 지나가지 않는 수상버스 

태국 방콕의 수상버스는 사원이나 왕궁이 강을 따라 있어 끔찍한 교통체증을 벗어나는 수단인 동시에 볼거리 또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방콕에서 왕궁 쪽으로 이동할 때 수상버스를 타보았는데 멋진 사원과 대형 쇼핑몰들이 지나갔다.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호찌민의 수상버스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호찌민 1군은 아직 강에서 바라보기에 아쉬운 감이 있었고(야경은 볼만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빈홈이 올해 개장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빈홈 랜드마크 아파트와 베트남 최고 높이의 랜드마크81 / ⓒ유영준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역이 빈홈에 내리는 것이 아닌 반대인 안푸 지역에 내리는 것이었고, 이후 내리는 역들도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지역에 있었다. 사실상 초반 1군과 빈홈 쪽을 제외하면 크게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관광객들에게 이동 수단으로써 어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상버스역은 오후 7시에 운행을 종료한다. / ⓒ유영준

 

5. 오토바이보다 느린데?

그렇다면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요금은 편도에 1만 5000동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750원 정도이다. 저렴하다면 저렴할 수 있지만, 버스가 5000동(최근 6000동으로 올랐다고 한다)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싼 편은 아니다. 게다가 오토바이가 이동하는 시간보다 느린 이동시간과 오후 7시면 종료하는 운행시간은 현지인들이 이용하기에 거리가 멀어 보였다. 

 

수상버스 뒤편의 풍경 / ⓒ유영준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기에 모호하고, 딱히 볼 게 많지 않은 데 시간은 많이 걸리고, 오토바이보다 느리고 불편한 운행시간으로 현지인에게도 외면받고 있었다. 매출이나 실제 수익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현지인이나 관광객들에게 필요성을 더욱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야간의 비텍스코와 호찌민 1군이나 노을 지는 시간에 빈홈 랜드마크를 수상버스로 지나가 보는 것은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광경으로 추천한다. 

 

크리에이터 유영준 / [email protected]

2016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에 처음 왔습니다. 호찌민의 한국 회사에서 일을 했고 현재 호찌민에서 베트남의 산업과 트렌드 및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 님에 의해 2020-05-07 15:54:22 여행 에서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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