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의 인문학, '문화(文化) 문화(文禍) 문화(紋和)'

1998년의 인문학, '문화(文化) 문화(文禍) 문화(紋和)'

문화(文化) 문화(文禍) 문화(紋和)-산문으로 만드는 무늬의 이력, 김영민 지음, 동녘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기자

철학자 김영민은 ‘세속의 어긋남과 어긋냄의 인문학’, ‘집중과 영혼’ 등 독특한 철학적 사유와 미려한 문장으로 한국 인문학의 지평을 넓혀가는 작가이다. 그의 초기작 '문화(文化) 문화(文禍) 문화(紋和)'는 출판사 동녘에서 1998년 12월 출간된 책으로, 절판된 지 오래되어 지금은 중고서적으로만 접해볼 수 있다.

1998년의 인문학은 각종의 종언주의가 난무하던 '밀레니엄'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책에서 엿보이는 밀레니엄 시대 '활자 매체의 몰락'에 대한 담론은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넘기는 지금보다도 오히려 더 진지하고 풍성하다.

저자는 종이책의 운명을 탐구하면서, 인쇄와 신매체의 관계를 '전환'이나 '대체'가 아닌 추가와 보완의 관계로 보는 시각에 주목한다. 낙관적 기술 맹신주의도 소심한 인문주의도 '우리의 미래를 전담하지는 못할 것'임을 그는 20년 전 책에서 예견하고 있다.

저자가 기존 매체의 몰락에 불안해하지 않는 것은, '인문 정신이란 늘 지는 방식을 통해서 이기기 때문'이다. 4차산업의 길목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점쳐지는 기자는 어떨까. 라디오가 영상매체에 '지는 방식'이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연쇄하는 것처럼, 보도사진의 쓸쓸한 퇴장 길에도 뜻밖의 승리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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