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전쟁 게임

양심적 병역거부와 전쟁 게임

Photo by Republic of Korea Army on Flickr

작년에 대법원이 종교 또는 신념을 이유로 입영과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고 판결 내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병역거부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임을 보여주는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가 이들 자료의 신빙성을 비판해 배척해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이 과거 전쟁 게임을 즐겼다고 해서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위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쟁 관련 게임에 접속해 참여한 적이 있더라도 전쟁이나 폭력 등과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거부하는 종교적 양심이 실제 피고인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이 아님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을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법 선고 2018고단1105 판결 참조).

단순히 전쟁게임을 즐겨 이용하였다고 하여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이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전쟁게임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요구되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앞으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허위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색출하기 위해서는 더욱 꼼꼼한 수사기관의 혐의 입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천찬희 변호사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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