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여행 in 사파 ②

퇴사 여행 in 사파 ②

라오까이 마을에 들어서는 관광객들 / ⓒ유영준

라오까이 마을의 전경 / ⓒ유영준

 

5. 베트남의 또 다른 모습, 라오까이 마을

사파는 관광지이다. 사파에서 소수민족 몽족을 보려면 소수민족이 사는 라오까이 마을로 가야 하는데, 사파에서 트래킹을 하며 마을을 돌아보고 오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었다. 보통 자기가 묵는 숙소 프런트에 문의하면 친절히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반나절 정도 걸리는 투어를 선택했다. 호텔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가이드가 와서 이곳저곳 호텔 투어 신청자들을 모아서 함께 떠난다. 가격도 나쁘지 않으니 관심 있으면 이용해 보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나를 데리러 온 분은 소수민족 복장을 하고 호텔 앞에 왔다. 투어는 총 10명이었다. 동양인은 나 혼자였고 대부분 서양인이었다. 가이드 분과 논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며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서 마을로 향했다. 가이드 말고 다른 분들도 함께 걷는데 걸을 때 옆에서 도와준다. 이분들은 마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을 때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판매하기 위해 옆에 따라붙어 간다. 기념품은 안 사도 되니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기념품 판매가 마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황량한 느낌의 라오까이 마을 / ⓒ유영준

라오까이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논 / ⓒ유영준

여름에는 논에 벼가 파랗게 자라서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2월의 사파는 수확이 모두 끝나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논을 지나갔다. 비도 매일 와서 진흙이 되어서 걷는데 매우 힘들었다. 한두 분은 넘어져서 옷이 진흙으로 더러워지기도 했다.  

도착한 소수민족 마을은 꽤 규모가 컸다. 산을 내려오며 마을을 만날 수 있어서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다. 뭐랄까.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인 라퓨타의 마을처럼 산골짜기에 드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파에 오신다면 꼭 들러보시기 바란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경외심이 드는 곳이다.

 

6. 3000m의 위엄 판시판 

판시판도 호텔에서 예약했다. 판시판까지 가는 길이 택시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었기에 택시와 판시판 티켓 결합상품을 구매했다. 찾아보니 호텔에서 예약한다고 더 비싼 것도 아니었다. 호텔에서 예약하면 택시를 그나마 믿을 만했고 호텔에서 타서 나중에 호텔로 돌아오는 것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판시판 케이블카까지 가면 된다. 택시 타면 보통 15분 정도 걸린다. 싸게 간다면 쎄옴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울철 오토바이는…

노란색 판시판 케이블카 / ⓒ유영준

세계 최장 거리였던 판시판 케이블카 / ⓒ유영준

판시판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다녀온 시점인 18년 2월 가장 길다고 광고했었는데, 현재 푸꾸옥의 케이블카가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참고로 판시판과 푸꾸옥 케이블카는 같은 회사이다.)를 타고 올라간다. 케이블카를 타면 인생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에서 아래를 바라볼 수 있다. 떨어지면 즉사할 것 같은 공포감이 든다. 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라서 옆바람이 세게 불었다. 올라갈 때 한 번 내려갈 때 한 번, 케이블카가 중간 멈추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흔들흔들하며 흔들리는데 은근 스릴감 넘친다.

판시판 정상에 도착하였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다 천운인 것 같다. 최대한 점심 다 되어가는 시간에 왔지만 거센 바람과 짙은 안개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내려와야 했다. 사진에서는 멋진 풍경이었는데, 안개 때문에 보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겨울에 사파는 오지 않기를 추천한다.

판시판 정상에서 / ⓒ유영준

 

7. 장사하는 아기들 

사파를 구경하다 보면 소수민족 복장을 하고 이쁘게 꾸민 어린이들이 각종 액세서리나 기념품을 팔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약한 관광객들을 겨냥한 판매 전략이었다. 관광객들의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다 보니 어린아이들까지 생존 전선에 나서고 있었다. 유치원 다니면서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 나이에 이 관광객 저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밤늦은 시간 지인과 술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하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다가갔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 혼자 쭈그려 앉아서 기념품을 팔고 있던 것이었다. 물건들을 보니 거의 팔지 못한 것 같았다.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지인과 조그마한 인형 몇 개를 사주었다. 그제야 일어나 짐을 싸 집에 가는 아이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8. 영업이란? 

짧고 굵은 퇴사 여행이 끝이 났다. 지인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좀 더 베트남 체류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힐링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극기훈련을 했던 여행이었다. 

"넌 말을 많이 하거나 재밌게 하는 건 아닌데 영업을 그렇게 잘해?"

지인과 저녁을 먹으면서 물어보았다. 영업사원으로 실력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궁금했다. 평소 조용했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나는 그동안 영업은 주도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이 천직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게 해야 해. 나는 잘 들어주는 편이지."

지인에게서 영업의 비결을 들을 수 있었다. 잘 들어준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말을 많이 해야 직성이 풀렸다. 오디오가 비어 있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영업은 그것과 별개였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 무엇을 좋아하는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들어주는 것. 

그때 그 저녁 식사 이후 지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공감을 잘해주었고 잘 들어주었고 원하는 것을 잘 캐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동차 몇 대 좀 팔고 주변에서 말 잘한다는 소리를 조금 들은 것으로 우쭐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단순히 그런 성격이기에 영업직으로 가야 한다는 1차원적인 생각을 했었다. 영업을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업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5일간의 퇴사 여행이 끝이 났다. 지인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한 달 정도 더 체류했다. 이제 정들었던 베트남과 이별이 다가왔다.

 

크리에이터 유영준 / [email protected] 

2016년 12월에 베트남 호찌민에 처음 왔습니다. 호치민의 한국 회사에서 일을 했고 현재 호찌민에서 베트남의 산업과 트렌드 및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yyjz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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