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01월 20일

베트남은 여름뿐이지? "아니, 우기와 건기뿐이야."

베트남은 여름뿐이지? "아니, 우기와 건기뿐이야."

베트남 호찌민의 우기 / ⓒ유영준

 

내가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선천적으로 다한증이 있었기에 1년 내내 덥기만 한 베트남에서 내가 과연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랄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았다. 

내가 베트남에 갔을 때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 중 하나는 날씨였다. 동남아에 위치한 탓에, 베트남은 1년 내내 여름이라고 알고 있다. 사실이다. 특히 호찌민은 30도에서 35도 사이를 1년 내내 유지하고 있다. 겨울과 여름의 차이라면, 겨울에는 밤에 에어컨 안 틀고 자도 괜찮은 정도? 물론 여름에는 에어컨 안 틀고 못 잔다. 

지인들이 1년 내내 여름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아니? 건기와 우기뿐인데?'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가장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11월에서 4월까지는 건기라 하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라고 한다. 11월과 5월은 과도기이기도 하지만, 11월부터 급격하게 비가 오지 않고, 5월부터 비가 틈만 나면 오기 시작한다.

 

택시에서 갑자기 만난 비 / ⓒ유영준

 

건기일 때는 한 달에 비가 한 번 올까 말까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여행하기 좋은 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건기 시즌에 동남아를 여행하라고 권한다. 항상 맑은 날씨이기도 하고 건조하기도 하여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하고, 계절상 겨울이라 저녁에는 나름 시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기에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우리나라처럼 조금씩 서서히 많이 내리는 것이 아닌 소나기성 폭우다. 스콜이라고 국지성 호우인데, 특이한 것이 매우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린다. 그렇기에 도로 건너 옆 동네가 폭우로 난리인데, 여기는 해가 쨍쨍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우기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길을 걷던 중, 빗방울이 한두 방울 맞거나 주변이 조금 어둑어둑 먹구름이 끼는 것 같으면 전속력으로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 거의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어젖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 비가 오네' 하고 그냥 넋 놓는 순간, 미친 듯이 퍼붓는 (거의 대야에 든 물을 한꺼번에 떨어뜨리는) 폭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산으로 커버 안 되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

웃기게도, 비가 멈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쨍쨍하다. 비가 자주 내려서 하늘도 엄청나게 맑다. 하루에 4~5번씩 반복되니, 항상 우산을 준비하고 피할 준비를 하시라. 아니라면 그냥 맞는 것을 즐기시라.

보통 5월부터 우기가 시작되니까 7월~9월 쯤에 가장 비가 많이 내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10월이 우기 막바지라고 안심하고 왔다간 고생한다. 우기를 피하려면 11월부터 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우기 때 관광하는 분들 중, 시간이 아까워 억지로 비가 오는데도 이동하거나 관광하려는 분들이 계신다.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권해드리고 싶다. 비 내리는 것을 보면서 베트남 커피 한잔하는 여유가 난 참 좋았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금방 멈추니, 잠깐의 휴식을 즐기기에 딱이라 생각한다.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시라.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라 우비를 입고 달리고 있다. / ⓒ유영준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탄다. 우기 때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는데, 바로 비가 올 때 오토바이를 유심히 보면 볼 수 있다. 빛의 속도로 우비를 입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이것이 진정한 생활의 달인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고 우비를 쓰거나 비가 올 때는 아예 나가지 않는다.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3~4시간이면 멈추기 때문이다. 우산을 쓰고 다니면 높은 확률로 외국인일 경우가 높다.

 

1군 레탄톤거리도 배수가 안되어 홍수가 난다. 우기 때의 호치민 / ⓒ유영준

 

베트남은 중심가나 부촌이라도 아직까지 배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않아 비만 오면 길이 물에 잠긴다. 그러니 자신의 숙소나 아파트가 물에 자주 잠기는 지역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호찌민 시내는 그래도 양반이다. 빈증의 공장에서 집에 오는 길에 시 외곽은 그야말로 홍수가 난다. 집이 침수되어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행을 오신다면 슬리퍼를 들고 오시는 것도 추천한다.

 

크리에이터 유영준 / [email protected] 

2016년 12월에 베트남 호찌민에 처음 왔습니다. 호치민의 한국 회사에서 일을 했고 현재 호찌민에서 베트남의 산업과 트렌드 및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yyjz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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