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세대의 여행,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뉴트로 세대의 여행,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외부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기자

 

'뉴트로(Newtro)'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를 합친 말이다. 1990년대 이전부터 구한말 개화기까지 찾아가는 새로운 복고 문화가 유행하자, 언론 및 마케팅 업계 등에서는 '뉴트로'라는 신조어로 표현하여 기존의 레트로 문화와 구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복고가 중·장년층의 추억을 중심으로 소비되어왔다는 점에 반해, 뉴트로 문화는 젊은 세대가 경험할 수 없었던 90년대 이전의 어딘가에 신선함을 느끼고 재해석한다. 대중매체로 쉽게 간접 경험할 수 있었던 복고 문화를 벗어나, 기존 '복고풍'의 외부에 위치하던 시절의 문화는 매력적인 미지의 이야기이자 '놀거리'가 되는 것이다.

해당 기획에서는 이 뉴트로 세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본다. 이번 화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 마포구의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이다.

 

 

▲ 가옥의 입구와 정원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젊은 뉴트로 세대에게 최규하 전 대통령은 낯설다. 역사 교과서는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도 비중있게 등장한 일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문화재에 지정된 그의 가옥은 어떨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16년 젊은 세대에게 복고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감초캐릭터 '동룡'의 집은 모두 이 곳 최규하 대통령 가옥에서 촬영되었다. 드라마 인기의 한 축이었던 디테일한 소품 재현력에는 '근대 민중사 종합 세트장'이라 할 만한 이 장소의 힘도 컸을 것이다.

어두운 한국 근현대사라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보면, 최규하 대통령 가옥은 그 자체로 꽤 매력적인 뉴트로 소품 전시장이다. 우선 가옥 외부에서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철근콘크리트와 벽돌조적의 혼합구조에 시멘트 기와지붕을 얹은, 1970년대에 유행한 복층 복열형 도시 주택을 직접 볼 수 있다.

 

 

▲ 가옥 외부의 정면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무엇보다 가옥 내부에 들어서면, 90년대 이후를 살아온 세대들은 대중매체에서도 접하기 힘들었던 실제 연탄 보일러, 흰 고무신, 30여 년 된 라디오, 50여년 된 선풍기, 재활용해서 쓴 이쑤시개와 메모장 등을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방과 주방 및 차고로 구성된 지하층, 그리고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좌우에 안방과 응접실, 서재 등으로 구성된 1층과 2층에는 1950년대 이후의 생활용품들이 거주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작은 생활사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 가옥 내부의 1층 응접실 /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이 가옥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1973년부터 1976년 제 12대 국무총리로 임명되어 삼청동 공관으로 이주할 때까지, 그리고 1980년 대통령직을 사임한 후부터 2006년 서거할 때까지 약 30여 년간 거주한 곳이다. 다채로운 생활 소품들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다양한 시대를 전 대통령 신분으로 살아오면서도 작은 선풍기 하나 버리지 않고 고쳐 쓴 그의 검소한 생활태도 덕분이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광부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며 평생 연탄을 쓰겠다고 맹세했고, 실제로 노년까지 직접 연탄을 집게로 날라 연탄 보일러로 난방을 했다. 선풍기 또한 딸이 태어난 때 무더위를 막기 위해 샀던 1953년 일본 제품이고, 에어컨 또한 장남이 오래전 미국에서 사용하던 것 그대로 들여온 것이었다. 메모지는 지난 달력을 잘라 만들었고 여기에 매일의 일정을 빼곡히 기입했다. 이 때 사용한 볼펜 또한 1968년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당시 한미회담에서 썼던 볼펜이다. 심지어 맷돌과 돌절구도 사용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검소한 삶을 추구했는지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다.

 

 

▲ 1층 응접실에 있는 1953년 선풍기 /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 생전 사용하던 연탄 보일러의 모습이다. /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 영부인의 핸드백, 라이터, 사용하던 메모지 등 소품들 / 사진=서울시 제공

 

가옥은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 상시 개방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점심시간 12시부터 오후1시)이고 관람료는 무료이다. 현장을 바로 방문하거나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에서 사전예약 후 방문하면 상시 상주하는 해설자의 안내에 따라 관람할 수 있다.

 

※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정보

등록문화재 제413호, 건립년도 1972년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5길 10
(지하철 2호선 합정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관람 안내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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