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01월 19일

'한끼 4300원 뷔페', 고시식당으로 보는 신림동의 흥망

'한끼 4300원 뷔페', 고시식당으로 보는 신림동의 흥망

▲ 14일 신림동 고시식당의 점심 시간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기자

  

[뉴스포픽=문현기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며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준현(28) 씨는 점심을 먹기 위해 독서실을 나섰다. 수십 개의 식당이 고시촌 길거리에 줄지어 있지만 대부분 6000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김씨는 가까운 중고서점에서 4300원의 식권을 한 장 구매해서 평소 자주 방문하는 고시식당으로 향했다. 그는 "합격에 기약 없는 시험 준비 동안 최대한 돈을 아끼는 상황이다. 4000원대에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고시식당이 거의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식자재비와 인건비, 임대료에 따른 외식물가의 부담이 크다. 특히 수입이 없는 고시생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공무원 준비생을 위한 저렴한 가격의 노량진 고시식당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음식 가격을 올렸고 '고구려 식당'처럼 노량진을 대표하던 곳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림동 고시식당만큼은 예외다. 신림 고시촌에서 운영 중인 15개 정도의 고시식당들은 2년 전 대비 평균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인상에 그쳤다. 현재 대부분의 식당이 5000원에서 5500원 정도에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50장, 100장씩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사용하고 남은 식권을 중고장터에서 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면 4000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도 있다.

 

▲ 고시식당 가격표 / 뉴스포픽 

 

 

사법시험이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과거 신림동 고시촌은 큰 위기를 맞았다. 2011년에는 한 고시식당이 기판매한 식권을 환불하지 않고 기습 폐업하는 사건도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은 점차 줄어들고 고시식당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사법시험 준비 학원들이 로스쿨 입시, 변호사 시험 대비 코스를 신설하고, 기존 노량진에 집중됐던 공무원 대비 강의도 제공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로스쿨 관련 새로운 수험생들과 경찰 간부, 7급 공무원 등 새로운 유형의 수험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고시촌 거주 인구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다.

 

덕분에 고시식당들도 다시 활력을 찾았다. 수험생이 대규모로 사라진 노량진처럼 가격 인상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곳 고시식당들은 고기와 채소 반찬이 5가지 이상 고루 어우러진 식단에 샐러드, 과일, 샌드위치 등 후식까지 항상 준비되어 있다. 뷔페 형식으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점도 배고픈 수험생들에게는 고마운 장점이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고시생들의 건강을 위해 저염식, 집밥 스타일 등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는 식당들도 생겼다.

 

▲ 고시식당 메뉴 / 뉴스포픽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8년 외식물가는 '17년 대비 3.0% 올랐다. 특히 가장 많이 오른 외식품목은 도시락(6.6%)이었다. 이어 갈비탕(6.0%), 김밥(5.7%), 떡볶이(5.4%), 짬뽕(5.2%), 짜장면(4.5%), 설렁탕(4.4%), 죽(4.4%), 햄버거(4.3%), 식당 라면(4.2%), 냉면(4.1%), 볶음밥(4.1%) 등의 순이다. 외식물가 39개 항목 중 대부분인 35개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5%)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도시락, 김밥 등의 물가 상승은 신림동 고시생들과 같은 1인 가구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신림동 고시식당이 지금과 같은 낮은 가격을 계속 유지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시촌 1인 가구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0 Comments

Add Comment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1. Home
  2. 여행

여행

함께하는 사랑밭, 지역아동센터 위한 ‘사랑 나눔 역사투어’ 진행

함께하는 사랑밭, 지역아동센터 위한 ‘사랑 나눔 역사투어’ 진행

함께하는 사랑밭은 6월 모두투어와 협력 하에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을 위해 ‘사랑 나눔 역사투어’를 진행했다.모두투어는 사회 공헌의 하나로 ‘여행기부 프로그램’을 매년 실시해왔다. 2019년에는 인천시 지역아...

베트남 호찌민 교보문고 방문 후기

베트남 호찌민 교보문고 방문 후기

올해 5월 1군 응웬훼 광장 거리에 교보문고가 들어섰습니다. 정확히는 파하사 서점 3층 한편에 작게 마련된 공간입니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다녀왔습니다. 해외에서 한...

푸미흥 소상공인지회와 나눈 푸미흥의 최근 변화

푸미흥 소상공인지회와 나눈 푸미흥의 최근 변화

베트남 최대 한인타운 푸미흥은 한국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한인들이 밀집되어 있다. 수많은 한인 식당들과 한국 관련 서비스, 학원, 식당, 카페 등 한국어만 해도 베트남에서 문제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잘 되어...

인도에선 모든 게 '노 쁘라블럼'

인도에선 모든 게 '노 쁘라블럼'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 어디였냐고 물어보면 10에 9 정도는 인도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지들과 달리 내 예상이 단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영화 기생충...

차와 함께하는 입추… ‘2019 명원 세계 차 박람회’ 개막

차와 함께하는 입추… ‘2019 명원 세계 차 박람회’ 개막

명원문화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2019 명원 세계 차 박람회'가 8월 8일 서울 코엑스 B홀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올해 명원 세계 차 박람회에는 자유한국당 주호영 국회의원, 이연숙 전 정무장관 등 주요 정·재계 인...

기부로 운영되는 호찌민의 채식 뷔페

기부로 운영되는 호찌민의 채식 뷔페

베트남 호찌민 1군 중심가에는 조금 특이한 채식 뷔페가 있다. '만뚜(Mãn Tự)' 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채식 뷔페인데, 기부로 운영된다. 지인과 함께 정말 기부로 운영되는 곳인지 확인하고 싶어 방문했는데, 도착...

강동구청소년지원센터, ‘강동구 학교 밖 청소년 졸업여행’ 실시

강동구청소년지원센터, ‘강동구 학교 밖 청소년 졸업여행’ 실시

지난 1일 강동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꿈터학교, 문화놀이터 와플, 아름다운 학교가 참여한 ‘2019 강동구 학교 밖 청소년 졸업여행’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고 밝혔다.‘2019 강동구 학교 밖 청소년 졸업여행’...

호찌민에서 만난 북카페와 독서 모임

호찌민에서 만난 북카페와 독서 모임

호찌민 푸미흥은 한인들이 밀집해서 모여 사는 한인타운이다. 이곳에 가면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한국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식당과 가게들이 한국 관련 제품들을 팔고 있...

베트남에서 지갑 없이 살아본 하루

베트남에서 지갑 없이 살아본 하루

큰일이다. 현금이 없다. 아니, 더 큰 일이다. 현금이 아니라 지갑이 없다. 현금이 없으면 카드라도 쓰면 되는데 카드조차 없다. 내 호주머니에는 핸드폰 하나뿐이었다. 차량공유 앱 그랩에 자동결제 연결을 ...

한국민속촌, 야간개장 ‘달빛을 더하다’ 개최

한국민속촌, 야간개장 ‘달빛을 더하다’ 개최

전통문화 테마파크 한국민속촌이 7월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야간개장 ‘달빛을 더하다’를 개최한다. 한국민속촌은 야간 경관을 고즈넉한 분위기로 연출해 전통가옥의 멋을 색다른 시선으로 즐길 수 있도록 오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