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4300원 뷔페', 고시식당으로 보는 신림동의 흥망

'한끼 4300원 뷔페', 고시식당으로 보는 신림동의 흥망

▲ 14일 신림동 고시식당의 점심 시간 / 사진=뉴스포픽 문현기 기자

  

[뉴스포픽=문현기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며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준현(28) 씨는 점심을 먹기 위해 독서실을 나섰다. 수십 개의 식당이 고시촌 길거리에 줄지어 있지만 대부분 6000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김씨는 가까운 중고서점에서 4300원의 식권을 한 장 구매해서 평소 자주 방문하는 고시식당으로 향했다. 그는 "합격에 기약 없는 시험 준비 동안 최대한 돈을 아끼는 상황이다. 4000원대에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고시식당이 거의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식자재비와 인건비, 임대료에 따른 외식물가의 부담이 크다. 특히 수입이 없는 고시생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공무원 준비생을 위한 저렴한 가격의 노량진 고시식당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음식 가격을 올렸고 '고구려 식당'처럼 노량진을 대표하던 곳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림동 고시식당만큼은 예외다. 신림 고시촌에서 운영 중인 15개 정도의 고시식당들은 2년 전 대비 평균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인상에 그쳤다. 현재 대부분의 식당이 5000원에서 5500원 정도에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50장, 100장씩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사용하고 남은 식권을 중고장터에서 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면 4000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도 있다.

 

▲ 고시식당 가격표 / 뉴스포픽 

 

 

사법시험이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과거 신림동 고시촌은 큰 위기를 맞았다. 2011년에는 한 고시식당이 기판매한 식권을 환불하지 않고 기습 폐업하는 사건도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은 점차 줄어들고 고시식당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사법시험 준비 학원들이 로스쿨 입시, 변호사 시험 대비 코스를 신설하고, 기존 노량진에 집중됐던 공무원 대비 강의도 제공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로스쿨 관련 새로운 수험생들과 경찰 간부, 7급 공무원 등 새로운 유형의 수험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고시촌 거주 인구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다.

 

덕분에 고시식당들도 다시 활력을 찾았다. 수험생이 대규모로 사라진 노량진처럼 가격 인상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곳 고시식당들은 고기와 채소 반찬이 5가지 이상 고루 어우러진 식단에 샐러드, 과일, 샌드위치 등 후식까지 항상 준비되어 있다. 뷔페 형식으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점도 배고픈 수험생들에게는 고마운 장점이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고시생들의 건강을 위해 저염식, 집밥 스타일 등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는 식당들도 생겼다.

 

▲ 고시식당 메뉴 / 뉴스포픽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8년 외식물가는 '17년 대비 3.0% 올랐다. 특히 가장 많이 오른 외식품목은 도시락(6.6%)이었다. 이어 갈비탕(6.0%), 김밥(5.7%), 떡볶이(5.4%), 짬뽕(5.2%), 짜장면(4.5%), 설렁탕(4.4%), 죽(4.4%), 햄버거(4.3%), 식당 라면(4.2%), 냉면(4.1%), 볶음밥(4.1%) 등의 순이다. 외식물가 39개 항목 중 대부분인 35개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5%)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도시락, 김밥 등의 물가 상승은 신림동 고시생들과 같은 1인 가구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신림동 고시식당이 지금과 같은 낮은 가격을 계속 유지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시촌 1인 가구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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