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없어진다고?

벤탄시장역 건설 현장 / 사진=Ymblanter, Wikimedia

작년 베트남 호찌민시와 하노이시는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주요 중심지역에 오토바이를 진입을 제한한다는 조치였죠. 하노이와 호찌민시는 점진적으로 제한을 하여 2030년에는 오토바이의 출입을 금지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베트남을 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바로 오토바이입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오토바이가 시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되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오토바이는 생활수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오토바이 없으면 어떻게 출퇴근을 할지, 어떻게 친구들을 만나 놀러 갈지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에 하노이와 호찌민시에서는 올해 들어 조금 물러서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제한조치는 계속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2020년에는 호찌민시 지하철 1호선이 개통 예정입니다. 물론 예정보다 항상 늦지만요. 하노이도 곧 1호선을 시험운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확충하면서 교통인프라가 지속해서 개선된다면 베트남에서도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을 보기 어려워질 날이 올 것입니다. 호찌민과 하노이시는 구도심 지역에 대한 오토바이 제한을 수차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만약 오토바이가 사라지고 자동차와 대중교통이 생활에 자리 잡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았습니다.

호찌민시 지하철 노선 계획 / 사진=Tran The Vinh, Wikimedia


1. 오토바이 환승 지역이 생기지 않을까? 

오토바이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생계와 직접 연관이 있는 데다 이미 집에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오토바이의 편리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죠. 하지만 중심지역에 직장이 있거나 약속이 있는 경우 제한지역 근처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가서 대중교통으로 환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심지역에 가까우면서 환승이 가능한 지역들 중심으로 새롭게 상권이 개발될 여지도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1군 가까운 지역에 주차한 뒤 지하철을 타고 1군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겠네요. 

2. 중심지역이 아닌 지역들의 개발 

호찌민을 예를 들자면 지속해서 신도시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들이나 주요 상업지역이 1군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지만 구도심 지역들이 제한된다면 다른 지역들이 새로운 상권 지역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도 빠른 속도로 도시가 확장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에 투자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지역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투티엠, 나베, 고밥, 투득, 떤빈 같은 지역들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네요.

3. 역세권이 등장할까? 

한국에서는 아파트를 볼 때 역세권이 정말 중요합니다. 교통인프라 혹은 교육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추어졌느냐가 아파트의 값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아직 호찌민에서는 뚜렷한 역세권의 개념은 없습니다. 다만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몰려있다는 점이 특징이겠네요. 이미 지하철 노선은 나왔고, 이미 2 군지역에서는 지하철을 따라 아파트들이 주르륵 몰려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오토바이보다 대중교통 혹은 그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역세권 개념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고급 아파트와 상권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인 만큼 역세권의 개념이 어느 정도 베트남 자리 잡을지도 궁금하네요. 

4.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람들 소비패턴 변화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특히 여성들의 경우 화장품 및 의류에 대한 소비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토바이로 인해 제약된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도 있겠네요. 오토바이에서 주로 데이트가 이루어졌다면 좀 더 다양한 데이트 방식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트렌드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5. 오토바이 위주에서 보행자 위주로

베트남에 오시면 오토바이 위주의 도로 인프라이기 때문에 보행자에 대한 편의가 거의 없습니다. 인도로 잘 다니지 않기 때문에(3걸음 이상이면 오토바이를 타더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설령 인도가 있다고 해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않고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나마 관광지 주변은 잘 되어있긴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보행자에게 매우 불편하게 되어있죠. 오토바이가 제한된 중심지역이라면 보행자 위주로 재설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상상력이 부족하여 뻔한 생각들만 해보았네요. 다른 분들의 재미있는 상상도 듣고 싶습니다. 계획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사람이고 세상이긴 하지만 미리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요? 또한 미리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도 응웬훼 광장이나 부이 비엔 거리처럼 중요 거리들은 특정 시간대 오토바이와 차량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급격한 성장과 여전히 좁고 열악한 구도심의 인프라를 본다면 오토바이가 없는 구도심은 곧 다가올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유영준 / [email protected]

2016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에 처음 왔습니다. 호찌민의 한국 회사에서 일을 했고 현재 호찌민에서 베트남의 산업과 트렌드 및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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