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사건으로 본 성범죄의 특수성과 무죄추정

Sexual Harassment / 사진 = Nick Youngson, CC BY-SA 3.0, ImageCreator

 

지난해 직장인 남성이 한 곰탕집에서 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있었는데 지난 26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항소심도 남성의 유죄는 인정한 반면,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하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남성 측에서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여 내린 유죄추정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여전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남성이 유죄라고 인정한 이유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자가 착각할 만한 사정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었으며,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남성에게 항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목격자의 증언이나 CCTV 영상은 직접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고, 오로지 피해자 진술에 의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재판주의와 더불어 근대 형법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법리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유죄로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을 의미하는데, 위 곰탕집 사건의 판결은 유죄추정의 원칙 적용되었다고 평가되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성범죄의 사건의 경우 워낙 개인적이고 비밀성이 강한 유형의 범죄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를 감안하여 우리 재판부는 예전부터 특히 성범죄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는 경우 유죄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강간죄 혐의를 받는 가해자가 모두 무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위 법원의 경향에 대해서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하지만 위 곰탕집 사건은 애초에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고, CCTV에 녹화된 화면도 존재하기에 담당 재판부는 이를 일반적인 성범죄사건으로 다루기보다, 원칙으로 돌아가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검사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즉, 사건이 발생한 후에 보인 피해자의 반응 및 진술의 일관성에 비추어보면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성이 당시 상황을 착각하거나 이후에 자신의 말을 뒤집기가 어려워 그대로 자신의 의견을 유지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곰탕집 사건은 형사소송법의 기조 중 하나인 “열 명의 범죄자를 잡지 못해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라”는 원칙의 적용이 필요했던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찬희 변호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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